‘김신조 루트’ 더듬어 북악에 오르니 발 아래 서울이…

지난해 11월 52년 만에 개방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뒤편 북악산 북측 탐방로 곡장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 한양도성이 구불구불 북악산 정상으로 이어져 있고, 멀리 남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김신조 청와대 습격사건(김신조 사건)’으로도 불리는 ‘1·21 사태’가 21일로 53년째를 맞았다. 1968년 1월 13일 북한 124부대 소속 31명이 청와대 습격과 요인 암살 지령을 받고 한국 국군의 복장과 수류탄 및 기관단총으로 무장을 한 채 남쪽으로 향했다. 휴전선을 넘어 20일 밤 서울 청와대 인근 창의문(자하문)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경찰 병력과 접전을 벌이다 인왕산, 북악산 등으로 도주했다. 이들이 지난 길을 따라 ‘김신조 루트’란 이름이 붙었다.

북악산(명승 제67호 백악산 일원) 앞에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이, 일제강점기에는 총독 관저, 광복 후에는 청와대가 들어섰다. 그러잖아도 일반인의 출입에 제한이 많았던 산은 1·21사태를 계기로 민간인 출입이 완전히 통제됐다.

지난해 11월 1일 52년간 닫힌 북악산 성곽 북측면이 열렸다. 출발은 북소문인 창의문이다. 창의문은 1395년 한양도성 축조 때 최초 건축됐다. 홍예와 벽에 특이한 그림과 글자가 새겨져 있다. 홍예에 봉황이 있다. 자세히 보면 머리가 닭을 닮았다. 조선 시대 때 창의문 너머 부암동 일대에 지네가 너무 많아 그 기세를 꺾기 위해서라고 한다.

부암동을 거쳐 제1출입구(부암동 토끼굴)를 통해 둘레길에 올랐다. 입구에 입장 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겨울(11월∼이듬해 2월)에는 오전 9시∼오후 5시 개방된다. 봄(3~4월)·가을(9~10월)에는 오전 7시∼오후 6시, 여름에는 오전 7시∼오후 7시다. 마감 2시간 전부터 입장이 통제된다.

시작은 계단의 연속이다. 군인들의 순찰로였던 곳을 걷기 좋은 길로 연결했다. 가파르지 않은 곳은 야자매트를 깔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길 옆에 수도권 방위를 위해 지어진 대공방어진지가 남아 있고, ‘경계초소’도 등장한다. 1·21사태 이후 설치됐지만, 2007년 북악산 둘레길이 부분 개방되면서 사용되지 않던 곳이다.

더 오르면 제3출입구로 이어지는 청운대 안내소를 만난다. 이곳에서 출입증을 받고 들어간다. 과거 신분증이 필요했지만 이제 없어도 된다. 다시 계단을 오르면 ‘옛 군견 훈련장 터’가 나온다. 과거 군견들을 훈련하기 위한 훈련장이 시민들을 위한 쉼터로 조성돼 있다. 이곳을 지나면 한양도성 성곽을 만나게 된다.

성곽을 이루고 있는 돌의 크기가 다르다. 조선 태조 때부터 축조되기 시작한 서울 성곽의 변천과정을 살필 수 있다. 조선 태조 5년(1396년)에는 큰 메주만 한 크기의 자연석을 자연스럽게 쌓았는가 하면 세종 4년(1422년)에는 장방형의 큼직한 돌을 기본으로 사이에 잔돌을 섞어 쌓은 것이 특징이다. 숙종 30년(1704년)에는 가로 세로 2자 크기의 석재를 정사각형에 가깝게 규격화해했다.

오른쪽 청운대 방향으로 향한다. 청운대(해발 293m)에 오르면 북악산 남측면과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경복궁, 광화문, 남산, 관악산까지 보인다. 청운대 바로 옆 성벽을 자세히 보면 ‘각자성석(刻字城石)’이 있다. 현재의 공사실명제와 같은 것으로 공사가 끝난 뒤 그 구간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축성을 맡았던 해당 군현에서 보수까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지역 이름을 새긴 성곽돌이다. ‘가경9년(嘉慶九年·1804년·순조4년) 갑자10월모일(甲子十月 日) 패장(牌將·조장) 오재민(吳再敏) 감관(監官·감리) 이동한(李東翰) 변수(邊首·기술자) 용성휘(龍聖輝)'라고 적혀 있다. 구간 공사를 맡았던 책임자들이다.

‘1·21 소나무’에 남아 있는 총탄 자국.

청운대에서 정상으로 향하면 ‘1·21 사태’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소나무에 우리나라 군경과 북한특수부대원 간 총격전의 흔적인 총탄 자국 15개가 남아 있다. 이곳을 지나 북악산 정상에 오른다. 아담한 정상석에는 ‘백악산’이라고 새겨져 있다.

갔던 길을 되돌아내려와 곡장 전망대로 향한다. 곡장은 주요 지점이나 시설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성벽이나 성벽의 일부분을 둥글게 돌출시킨 것을 말한다. 인왕산과 북악산에 하나씩 있는데, 이곳 북악산 곡장은 도성을 둘러싼 서울의 산세가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멀리 구불구불 산을 오르내리는 성곽을 시원하게 볼 수 있다. 북쪽으로는 북한 공작원들이 은신했던 사모바위가 시야에 잡히고 북한산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한양도성 북대문인 숙정문.

곡장 전망대에서 제4출입구로 나갈 수도 있고, 북대문인 숙정문으로 내려설 수도 있다. 숙정문으로 향하는 길에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숙정문은 현재 보수중이다. 그 아래에는 말바위전망대가 자리한다. 이곳도 서울 조망 명소다. 성북동 부촌과 경복궁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삼청각도 눈에 들어온다. 더 내려가면 말바위안내소다. 이곳에 출입증을 반납한다. 이후 와룡공원을 거쳐 혜화문으로 가거나 삼청공원으로 내려설 수 있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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