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힘겨운 ‘택배 노동자의 현실’

잇단 과로사 대책에도 이행 안돼
노조 총파업 예정… 설 물류대란 우려

택배노조가 택배회사에 과로사를 막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며 협상 결렬시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 5차 회의가 결렬됐다. 이에 따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이 예고한 대로 이달 말 총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설 연휴를 목전에 두고 물류 대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19일 “사회적 합의 기구 5차 회의에서 협상이 결렬됐다”며 “예정대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 기구 회의에서 합의에 실패할 경우 20~21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2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 20일 추가 협의를 제안했지만 참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며 “현재 노조는 그냥 파업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조는 분류작업 인력·비용 전액 택배사 부담, 야간배송 중단, 지연배송 허용, 택배요금 정상화 등을 택배사에 요구했다. 이 중 분류작업 인력 투입에서 노사 이견이 가장 컸다.

노조의 일정대로 오는 27일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설 연휴 물류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체국·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로젠·한진 5개사 조합원 55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택배기사의 약 11% 규모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통상 설 연휴 2주 전부터 배송 물량이 대폭 늘어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더 많은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며 “대체 인력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합의 결렬의 배경에는 택배 노동자들이 택배사의 행태를 ‘갑질’로 규정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현실이 있다. 지난해 정부와 택배사가 잇따라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최소한의 요구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택배 노동자 16명이 과로로 숨진 이후 택배사들은 과로사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CJ대한통운은 매년 500억원을 투입해 택배 기사의 물품 분류를 돕는 인력 4000명을 투입하기로 했고, 한진과 롯데도 각각 1000명을 투입한다고 했다. 또 정부와 업계는 공동으로 하루 최대 작업시간 설정, 심야 배송 중단, 작업 물량 축소, 표준계약서 마련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노조는 “과로사 대책 발표에도 개선 효과는 전혀 없었다”며 사측과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은 분류작업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60명을 추가 투입했다고 밝혔지만 기존 인력 740여명을 포함한 것”이라며 “한진택배도 300명을 투입했다는데 실제로는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진택배 관계자는 “현재까지 300명을 투입했고 3월까지 1000명을 순차 투입할 예정”이라며 “과로사 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야 배송’을 둘러싼 파열음도 터져나온다. 택배사는 오후 10시 이후 물품 배송을 멈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전산에만 오후 10시 이전에 배송 완료로 등록한 뒤 ‘꼼수 심야 배송’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한진택배 신노량진대리점에서 일했던 김진형(41)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날에도 오전 6시까지 배송 업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에는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야간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 A씨가 근무를 마치고 화장실을 갔다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최재필 김지애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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