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사자후] 여성 게이머는 ‘진짜 게이머’가 아니다 … 그래서?


디지털 게임은 남성적인 취미였다. 20년 전 미국 문헌에도 게임 이용자의 80%가 남성이라고 나온다. 아케이드는 혈기 넘치는 남성 청소년들의 테스토스테론을 자극하는 격투·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곳이었다. 상황이 변했다. 공주 대신 라라 크로포트가 등장했고, 콘솔과 PC게임은 모바일에 대세를 내주었으며, 슈팅게임이나 RPG만큼이나 퍼즐게임의 비중도 커졌다. 무엇보다 여성 게이머의 수가 급증했다. 남녀의 게임 인구 비율이 비슷해졌다.

하지만 여성 게이머는 ‘진짜’ 게이머가 아니다. ‘진짜’ 게이머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감히 ‘캔디크러쉬사가’ 따위를 게임이라 부르다니! ‘여왕벌’은 싫지만 ‘일벌’은 더 밉다! 이들은 자신을 차별화한다. 1960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3루수가 누군지 정도는 알아야 ‘진짜’ 야구팬으로 인정받는 영화(‘슬리커스’)의 한 장면과 다르지 않다. 게임을 숭배하고 게임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겜부심’ 넘치는 이들은 여성에게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다. “메갈 묻은” 게임을 땅에 묻고, 실력 출중한 여성 게이머를 사기꾼으로 매도한다. 디스코드 너머 들리는 여성 목소리를 희롱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우리는 성별이 아니라 게임성을 따질 뿐이다!

반은 맞는 말이다. 진짜 게이머는 게임성을 따진다. 그래서 진짜 게이머는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앞으로도 그러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진짜 게이머라 믿는 또 다른 집단은 ‘혜지’를 찾아 욕하고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들의 트위터를 검색하며 메갈판별사를 자임한다. ‘진짜’가 아니다. 20년 전 게임의 남성성을 게임의 본질이라 여기며 “이게 진짜지!”를 외칠 뿐이다.

게임은 더 이상 PC방에서 컵라면 먹으며 밤새워 즐기는 활동이 아니다. 전철 안에서 잠깐 하고, TV 보면서도 할 수 있는 휴식 미디어가 되었다. ‘진짜’ 게이머는 점점 주변화되고 있다. 대신 캐주얼 게이머, 노년 게이머, 방치형 게이머가 늘어난다. “너희가 게임을 알아?”라며 언제든지 코웃음칠 자세가 되어 있던 이들은 점점 멀어지고 적어진다. 나는 ‘남성’ 게이머 중에서도 ‘진짜’ 게이머는 10%가 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소리는 크다. “이 광대같은…”은 절대 안되고 “이 걸레X이…”는 괜찮다고 소리를 높인다. 20세기식 ‘겜부심’을 부여잡고 자위하는 이들을 언제까지 ‘진짜 게이머’라 부를 것인가.

윤태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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