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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티 테이블] 스위트홈


13개국 넷플릭스 차트 1위를 휩쓴 한국 드라마 ‘스위트홈’엔 인간의 강렬한 욕망이 부풀려 표현된 기괴한 괴물들이 등장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시종일관 계속되는 질문은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였다. 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욕망에 잠식되면 괴물화가 된다는 작가의 의도를 읽으며 “우리의 ‘스위트홈’은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인가?”란 질문과 맞닥뜨려졌다.

“전 태생이 괴물인지 자꾸 우울하고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것처럼 아기한테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네요.”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분노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는 자녀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마음속 괴물(분노)을 품고 사는 부모는 다시 괴물을 대물림한다.

국내에서 가정폭력으로 몸과 마음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받은 아동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2019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의하면 2019년 한 해 동안 학대 피해아동은 3만45명에 달한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아동학대는 대부분 친부모나 양부모,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에게서 일어난다. 아동학대는 실제로 분노조절이 안 되거나 비정상적 심리상태인 성인이 힘이 약한 아동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다. 훈육은 명분에 그칠 뿐이다. 사람이 괴물화가 되는 곳은 가장 안전하고 행복해야 하는 가정이었다.

가정폭력은 한 영혼에 큰 트라우마를 입혀서 평생 상처로 남게 한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란 자양분을 받지 못하고 과잉보호와 폭력적인 가정 환경 속에 성장한 자녀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 남을 사랑하는 법,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 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기 어렵다.

최근 우리 사회에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을 접하면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가해자를 향해 “사람이 아니라 악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리철학자 애덤 모턴은 ‘잔혹함에 대하여: 악에 대한 성찰’에서 “잔혹한 학대 행위를 저지른 가해자는 결코 악마가 아니라 인간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 그러한 악행을 저지를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가해자를 ‘괴물’ 취급할 때, 오히려 그러한 잔혹함이 반복해서 일어날 여지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넘을 수 있는 잔혹함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한없이 선한 존재가 될 수도, 한없이 악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인간의 죄성은 영적으로 깨어 있지 않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C 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에서 하나님이 창조한 인간은 하나님이란 존재를 연료로 사용할 때 온전히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이라는 기계가 하나님의 존재라는 연료 위에서 달리도록 설계하셨다. 그분은 스스로 우리의 영혼을 태울 연료가 되셨고 또 우리의 영혼이 먹을 양식이 되셨다.”

16개월 된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은 ‘훼파된 가정’을 다시 세우라는 하나님의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잘못된 양육 태도, 비틀어진 신앙관을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린 껍데기로 구원받을 수 없다. 삶과 신앙이 일치하도록 바른 신학이 세워져야 한다.

교회는 부모 역할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는 몇 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방향성이 틀렸다. 행복한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들이 또 하나의 가정을 꿈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결혼예비학교, 나이별 부부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행복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부모의 가장 큰 사명은 자녀를 ‘세우는 일’이다. 자녀를 올바로 세우는 일은 우리 삶에서 어떤 직업상의 경력보다 소중하다. 만약 자녀에게 분노를 퍼부었던 경험이 있다면 용서를 빌어야 한다. 우린 모두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다. 저절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함께 보낸 시간만큼 부모란 이름에 다가가게 된다.

‘스위트홈’이란 문제가 없는 가정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가정일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가정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지현 종교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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