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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교정하는 과학, 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책과 길] 사이보그가 되다 / 김초엽·김원영 지음, 사계절 / 368쪽, 1만7800원.

책 ‘사이보그가 되다’에 나오는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 배양 성공 특별’ 기념우표는 장애와 기술을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저자 중 한 명인 김원영 변호사는 이 우표를 두고 “남자가 벌떡 일어선다고 해서 그에게 돌봄 노동을 제공하던 여성이 반드시 해방되는 것도 아니고,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언제나 돌봄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책은 이처럼 장애와 기술에 대한 여러 고민과 성찰을 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1. 김초엽 작가는 열여섯 살에 처음 보청기를 접했다. 보청기 가게에서 추천한 대로 잘 보이지 않는 귓속형 보청기를 주문했다. 청능사(聽能士)는 “어때요. 전혀 안 보이죠?”라고 물었다. “나는 보청기를 착용했다는 사실을 계속 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렇게 하는 것이 앞으로 나에게 요구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김원영 변호사는 열다섯 살에 처음 휠체어에 올랐다. 그 전까지 대부분의 기간 동안 바닥을 기면서 생활했기에 시선이 그만큼 높아졌고 바퀴를 굴리자 일종의 도약감을 느꼈다고 한다. “달 표면은커녕 봄날의 초원에도 가지 못했지만 휠체어를 타기 전보다는 확실히 많이 이동할 수 있게 된 셈이고, 눈높이가 높아져 기뻤다.”

미래를 약속하는 기술


신간 ‘사이보그가 되다’ 저자 두 명이 장애를 보완할 기계를 처음 만났던 순간은 엇갈린다. ‘감추고 싶은 기계’와 ‘시선을 높이고 도약감을 느끼게 한 기계’로 첫 인상은 다소 상반된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출발해 도달한 기계들에 대한 생각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보인다. ‘사이보그가 되다’는 청각장애(김초엽)와 지체장애(김원영)를 지닌 두 저자가 장애와 과학기술이 만나는 접점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담은 책이다. 일반적으로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를 의미하는 사이보그는 책에선 신체를 보완하는 기계와 기술을 사용하는 장애인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장애를 보완하는 기술의 의미와 이면을 끊임없이 돌아보게 한다. 2019년 시사인에 연재했던 글을 수정·보완해 단행본으로 묶었다.

저자들은 장애를 지닌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통을 줄이는 기술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웨어러블 로봇을 몸에 착용하고 보행하는 일이나 뇌파를 인지하는 로봇 팔을 생각만으로 조종해 혼자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의 잇따른 등장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인다. 그럼에도 ‘완벽한 과학기술’의 등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지금, 이곳’을 바로보지 못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지나쳐 이미 도달해 있는 기술조차 제대로 사용하거나 발전하지 못하게 하는 맹점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현실에서 기계와 결합한 존재란 아이언 맨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거나 온갖 화려한 차종으로 변신하는 모빌리티를 타는 존재가 아니라 낡은 철제 수동 휠체어를 탄 이들, 오래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배터리가 방전될까 걱정하는 이들, 3일에 한 번씩 신장 투석기에 접속하고 4시간씩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주느라 스케줄 조정에 곤란을 겪는 이들이다.”

장애를 치료와 회복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장애를 가지고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현실적인 주장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낸다. 대신 장애를 근절해야 할 것으로 보게 한다. 책에선 자폐가 예로 제시된다. 자폐의 원인 유전체에 대한 연구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데 “다소 과장을 섞으면, 자폐의 원인을 규명했다거나 치료의 실마리를 발견했다는 기사가 거의 매일 보도될 정도”다. 자폐 문제를 지원하는 기관들이 많은 돈을 모금하고도 자폐인과 그 가족의 일상을 지원하는 대신, 자폐의 원인과 위험 인자들을 밝히는 연구로만 흘러가는 것은 그 같은 인식에 따른 결과다.

이처럼 ‘지금, 이곳’보다 ‘언젠가’에 방점이 찍힌 것은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과학기술에 접근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 책에선 장애학자 애슐리 슈의 ‘테크노에이블리즘’을 인용하는데, 테크노에이블리즘은 ‘기술 낙관론에 기반한 비장애중심주의’로 풀이된다. 이는 장애를 손상된 몸을 가진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개인에게 기술적 지원이나 교정을 통해 장애를 제거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할 것을 요구한다. 휠체어를 위한 경사로 설치보다 로봇 외골격을 이용해 걷는 것에 더 주목하고, 청각장애인에게 수어·문자통역보다 인공 와우나 청력 자체를 회복할 수 있는 의료적 시술에 더 집중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장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술

앞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먼저 장애를 해결할 과학기술 개발 방법을 달리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보다 바람직한 장애인을 위한 기술은 언뜻 당연하게 들리지만 장애인의 눈길이 더 많이 가닿는 것이다. 책에선 2019년 논문에서 제시된 ‘불구의 기술과학 선언’으로 번역될 수 있는 ‘크립 테크노사이언스 선언’이 등장한다. 해당 선언은 기존 주류 장애 기술이 주로 비장애인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장애인들이 직접 삶을 개선하는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을 공유하면서 비장애중심주의 사회에 균열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각 장애인들의 아이디어를 모은 ‘다르게 보기(See Differently)’ 프로젝트, 의족·의수가 절단을 경험한 사람들의 환지통(절단된 신체부위가 존재하는 것처럼 통증을 느끼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출범한 비영리 법인, 수동 휠체어와 전동 휠체어의 장점을 취할 수 있게 하는 휠체어 전동 키트를 만드는 소셜 벤처 등이 크립 테크노사이언스의 예로 나온다.

장애와 기술을 바라보는 사회의 변화와 접근법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저자들이 책 후반에 결론처럼 제시하는 내용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김 작가는 “취약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제 자신으로 존재하는 미래가 더 해방적”이라며 ‘사이보그 중립’ 개념을 제시한다. “어떤 손상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미래보다는 고통 받는 몸, 손상된 몸, 무언가를 할 수 없는 몸들을 세계의 구성원으로 환대하는 미래가 더 열려 있다고 믿는다.”

이지양 작가 제공

김 변호사는 장애인 인권운동가 김도현을 인용해 ‘자립(自立)이 아닌 연립(聯立)’을 강조한다. 그는 “노인이나 장애인을 돌보는 기술이 지향해야 할 바는 개인을 다른 존재와 잘 연결해주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묻는다. 이런 생각은 다음 문장에서 구체화된다. “중증 장애인이 로봇의 지원을 받아, 고양이를 돌보고, 고양이는 비장애인 가족을 정서적으로 도우며, 비장애인 가족은 중증 장애인을 지원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등을 통해 장애 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저자와 SF 소설을 써온 저자의 생각은 마지막 대담을 통해 보다 풍성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장애와 기술에 대한 고민의 지점을 두 저자의 섬세한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장애인이 아니어도 모두 얼마간의 불편함을 지니거나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미래는 언젠가 노화하고 취약해지고 병들고 의존하게 될 모든 사람이 마주할 미래이기도 하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어떤 시기에는 정상성의 범주에서 밀려난 존재가 된다. 단지 그것을 상상하지 않으려 애쓸 뿐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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