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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과 대화 문, 그들의 상실감 이해해야 열린다

[책과 길] 나이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대화수업, 데이비드 솔리 지음, 김미란 옮김, 반니, 280쪽, 1만6000원


저자가 만났던 어느 의뢰인 이야기부터 보자. 날씨 이야기로 첫 만남의 말문을 튼 저자에게 의뢰인은 “조금 덥기는 한데 내가 자란 곳만큼은 아니에요”라고 대꾸한 이후 갑자기 오빠 이야기로 넘어간다. 더위를 많이 탔던 오빠가 더운 지역에서 첫 결혼 생활을 시작한 이야기는 두 번째 결혼으로 어느새 이어진다. 이어 만남과 무관한 자신의 인생 이야기로 건너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노인과 대화를 시작할 때 자주 보는 ‘클리셰’ 같은 이런 장면은 저자의 경험처럼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유달리 말이 많은 성향이 아니어도 노인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말문을 쉽게 트고, 대화가 이어지는 걸 한 번쯤 겪거나 지켜본 경험이 있을 것 같다.

‘나이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대화 수업’이라는 제목처럼 책은 노인과의 대화법을 표방한다. 가정의학과 임상의로 일하다 보험업계로 진출해 25년간 노인들을 상담해온 노인 심리학 전문가가 쓴 책이다. 다른 세대에 비해 노인들과 부딪칠 일이 많은 중년들에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책 내용은 특정 세대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저자가 책에서 노년과의 대화를 위해 염두에 둬야 할 두 기둥으로 제시하는 것은 ‘통제력 유지’와 ‘유산 찾기’다. 통제력 유지는 힘, 건강, 친구, 권한을 나날이 잃어가는 노년의 상실감에 바탕하고 있다. 손을 놓아야만 하는 처지에서 반대급부로 사소해 보이는 것까지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절실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유산 찾기는 인생의 후반기에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 할 수 있다. 고민은 인생에 대한 회고를 통해 이뤄진다. 앞에 제시한 의뢰인의 사례처럼 자신의 인생을 반복해서 되새김질하고, 곱씹는 것은 유산을 찾기 위한 회고의 한 과정이다.

책에서 노인들의 대화 특징으로 소개한 일관성 없는 대화 습관, 결정 미루기, 했던 이야기 또 하기, 중요하지 않은 것에 매달리기는 두 개의 기둥을 바탕으로 한 세부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세간의 시선과 달리 퇴화의 과정이 아니라 노인들이 심리학적 과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노년기 뇌는 IQ나 언어표현 능력, 언어, 추상적 사고 같은 다른 기능의 변화가 거의 없어 지적 능력과 사고 능력이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도 소개한다.

대화법을 표방하긴 했지만 때론 강퍅하고, 둔해 보이는 노년을 이해할 단초도 제공한다.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한 대화법과 사례도 제시돼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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