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오류 잡는 비상상고… 윤석열 왜 11건이나 제기했나

부실 수사·초과 형량 잇단 지적
과거엔 檢·法 관계 고려 소극적


확정된 형사사건에 대한 법령 위반이 발견됐을 때 제기되는 비상상고는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벌어진 판단의 오류를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형제복지원 사건’ 등은 검찰에 대한 부실수사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법정형을 초과한 형량의 선고 사례들은 법원의 문제로 지적됐다. 피차 껄끄러운 일이다 보니 과거에는 검찰총장이 법원과의 관계를 고려해 비상상고에 소극적이었다고 회고하는 법률가들도 있다.

다만 최근 수년의 사례에서는 비상상고가 활발해지는 경향이 엿보인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비상상고 현황을 보면 김수남 전 총장 당시 1건 제기된 비상상고는 문무일 전 총장 재임 중 9건으로 늘었다. 아직 임기가 남은 윤 총장은 현재까지 11건의 비상상고를 제기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은 일선청의 비상상고 건의를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검찰총장들의 비상상고에 이유가 있다고 보는 편이다. 2016년 이후 대법원의 판단이 이뤄진 것으로만 추리면 11건의 비상상고 사건 중 10건이 인용됐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황당한 실수도 드러난다.

기록에서의 ‘오타’가 바로잡히지 않아 똑같은 범죄로 같은 피고인을 두 차례 기소한 사례도 있다. “체크카드를 빌려주면 월 5% 이자로 대출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본인의 체크카드를 남에게 빌려줬다가 2018년 6월 벌금 400만원형이 확정됐던 옥모씨의 사례다. 하지만 검찰은 2019년 3월 옥씨를 또다시 기소했고, 법원도 2019년 10월 재차 벌금 400만원형을 선고했다. 항소 기간이 지나 이 판결은 확정됐다.

검찰은 한 번의 범죄로 두 번 벌금을 내게 된 옥씨 사례를 다시 살폈다. 옥씨가 양도한 체크카드의 계좌번호는 1개였지만, 그 계좌번호가 두 번째 기소 때 달리 적힌 사실이 드러났다. 계좌번호에 대한 검토가 면밀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에 옥씨가 한 번의 범행을 더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은 것이다. 옥씨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윤 총장의 비상상고를 인용, 면소 판결로 피해를 구제해줬다.

윤 총장은 사기죄를 저질러 지난해 8월 벌금 600만원과 함께 집행유예 2년 판결이 확정된 이모씨에 대해서도 비상상고를 결정했다. 2016년 형법이 개정되면서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대해서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다만 이 비상상고가 이씨에 대해 더욱 가혹한 형을 선고해 달라는 취지는 아니라고 대검은 설명했다. 기존 판결에 법령위반이 있다는 선언적 의미일 뿐 피고인에게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증가하는 비상상고에 대한 법조계의 시선은 일단 긍정적이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성적 의미에서 비상상고를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검은 비상상고 과정에서 발견된 빈번한 착오 사례를 검찰 내부에 알리는 한편 법원행정처와도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과 법원 중 한쪽이라도 제대로 했어야 했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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