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칠 여유 있으면 기부도 잘해야… 인생도 나이스샷”

[인터뷰] 이심 서울·한양CC 이사장

이심 서울·한양CC 이사장이 최근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세계 정상들이 참여하는 골프 행사를 개최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이심(82) 서울·한양CC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골프에서 시작해 기부 문화로까지 이어졌다. 골프를 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기부도 잘해야 한다는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생각이 강한 듯했다. 대한노인회장을 두 차례 역임한 그는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골프장 운영과 관련해서는 수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회원들 간의 화합과 통합, 배려라고 강조했다. 또 골프 실력보다 매너가 중요하다며 “한 타라도 속이면, 인격적 손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를 최근 서울·한양CC 이사장실에서 만났다.

-골프와 기부가 어떤 관련성이 있나.

“선진국에서는 골프인은 남을 돕고 기부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요즘 골프가 아무리 대중화됐더라도 한국에서 골프를 칠 정도면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이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앞장서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이 확산된다고 생각한다.”

-서울·한양CC 회원들은 기부를 잘하는 편인가.

“회원들이 돈을 모아 매년 골프장이 위치한 고양시에 1억원씩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강원도 산불 때 피해 복구 성금으로 6000만원을 전달했고, 대구·경북 코로나19 확산 때 경북도와 대구시에 3000만원씩, 호남 지역 수재 때 전북과 전남에 3500만원씩 보냈다. 지난달 성탄절 때는 내복 1200벌을 서울 쪽방촌에 전달하기도 했다. 나이가 많은 회원들 사이에 기부 문화가 활성화돼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일일이 전화를 하지 않아도 인터넷에 공지를 올리면 회원들이 돈을 보내온다.”

-나이 드신 회원들이 많아 골프장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우리 회원들 평균 나이가 72세다. 명사들이 많다. 회원권을 산다기보다 회원에 가입하는 형식이다. 일반 골프장 회원권 거래와는 다르다. 회원권거래소에서 인적사항을 보내오면 어떤 사람인지 평판 등을 알아보고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라운딩 심사도 한다. 평판이나 매너가 좋지 않은 사람은 다른 요건이 충족돼도 탈락하기 쉽다. 명예를 중시한다.”

-이사장으로서 경영 철학은.

“서울CC 회원이 1200명 정도, 한양CC는 1600명 정도 된다.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이사장은 3년 임기로 회원들을 위한 골프장의 관리와 서비스 등 전반적인 운영을 이끈다. 이사장은 봉사직이다. 내 차 타고 월급도 안 받는다. 선거를 치르다 보니 자칫 분열과 갈등이 생길 수 있는데, 회원들 간의 화합과 통합을 통해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대한노인회장 재임 중에도 보수나 진보 어느 편에 서지 않고 국가와 회원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극기부대가 시위할 때 일부 회원이 같이 나가자고 다그쳤지만 거부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의 골프장이라는 자부심이 많겠다.

“1930년 서울 군자리에 18홀 규모로 서울CC가 만들어졌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폐허가 됐지만 1954년 복원됐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어린이대공원에 자리를 내주고 서울CC가 한양CC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서울·한양CC가 됐다. 한국 최초의 골프장이라는 상징성을 살려 세계적인 골프장으로 만들고 싶다. 지금은 한국 골프가 세계를 제패할 정도로 성장했으니 골프장 관리는 물론, 골프 문화와 서비스에서도 최고가 되려 한다.”

-역점을 두는 사업은.

“서울·한양CC는 우리나라 골프의 산실이자 살아 있는 역사다. 골프 관련 협회와 대회가 모두 이곳에서 출발했다. 골프장 입구에 골프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30억원 가치가 넘는 오래된 소나무 등과 어우러져 골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 때 리모델링한 클럽하우스는 너무 낡아 새로 지으려고 한다. 세계 정상회의 같은 행사가 한국에서 열리면 각국 정상들이 우리나라 유명 선수들과 동반 라운딩을 하는 대회도 구상 중이다. 꼭 서울·한양CC에서만 할 필요는 없다. 만일 제주도에서 회의가 열리면 그곳에서 대회를 열면 된다.”

-책상에 신앙 서적이 많다.

“노인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신앙을 갖기 시작해 10년이 넘었다. 대한노인회장을 두 번 지내면서 노인들을 자주 만나고 죽음을 주제로 세미나도 하면서 신앙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죽음을 생각하면 신앙이 가장 빨리 다가온다. 죽음에 대한 경외심이 생기면서 하나님 뜻에 따라 살기로 마음먹고 교회에 다시 나가게 됐다.”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골프 경력은 40년이 넘었고 한창때 싱글까지 쳤다. 기량보다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매너가 중요하다. 상대를 배려해 핸디를 조정하지도 않나. 사회생활도 혼자만 잘살려고 할 게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야 한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골프는 가치가 없다.”

-최근 ‘착한 골프포럼 핸드북’이라는 책을 냈던데.

“서울·한양CC 회원들이 만든 ‘착한 골프포럼’을 통해 좋은 골프문화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라운딩을 해보면 상대의 매너는 물론이고 인격까지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우리 회원들끼리 라운딩을 하게 되면서 큰 사업을 함께 하게 된 사례도 많다. 어느 한쪽의 매너가 좋지 않았다면 가능했겠나. 나도 젊었을 때는 승패에 집착했는데 연륜이 쌓이다 보니 매너를 더 생각하게 되더라.”

-골프와 인생이 닮았다고 생각하나.

“거의 비슷하다. 드라이버를 멀리 쳤다고 점수가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 뭘 하나 잘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음도 비워야 한다. 상대를 반드시 이기겠다고 덤비면 오히려 힘이 들어가서 망치기도 한다. 동시에 의지나 집념도 있어야 한다. 골프를 대하듯이 인생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신종수 대외협력국장, 정리=조효석 기자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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