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작업’ 극적타결, 택배파업 철회… 수수료 인상 불가피

노사정 ‘과로사 방지’ 극적 타결

이재갑(왼쪽)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이 21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합의문은 택배 분류작업 책임이 택배업체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택배 노사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에 극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택배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로써 설 물류 대란이라는 급한 불은 껐으나 합의 내용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향후 택배업계의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7일부터 돌입할 예정이던 사회적 총파업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우체국·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로젠·한진 5개사 조합원 5500여명이 소속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은 전날부터 노조원 대상 총투표를 진행한 결과 91%가 총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 노사, 정부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밤샘 회의 끝에 이날 새벽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문은 그동안 택배노동자들의 ‘공짜 노동’으로 분류돼 장시간 업무의 주 요인으로 지목돼온 택배 분류작업의 책임이 택배업체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합의문 이행을 위해 분류 지원인력 투입, 분류 자동화 등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택배사의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을 제외한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우체국택배 등은 자동화 설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합의문에는 택배사들이 분류작업 설비 자동화 추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지만, 자동화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분류 전담인력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택배기사들이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에 투입될 경우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주요 택배업체들이 택배 운임 현실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각 택배사의 영업이익 수준을 따져봤을 때 합의안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택배비 인상이나 정부 지원 등을 통한 추가 재원 마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택배업체 입장에선 현재 추가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추후 세부 시행안을 어떻게 마련하는지에 따라 택배사들의 운임 결정도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노조가 추후 과제로 요구하는 택배 수수료 현실화도 택배비 인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합의문에는 택배노동자의 작업시간을 주 최대 60시간, 일 최대 12시간을 목표로 하고 오후 9시 이후 심야배송을 제한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 방안은 건당 배송수수료가 인상되는 시점과 연동돼 시행될 예정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현재 택배노동자들이 받는 배송수수료는 건당 약 500원으로 이처럼 제한된 시간 동안 물량을 배송해서는 택배노동자들의 생계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택배사들은 이번 합의안에 따라 예정된 지원인력 투입, 근로환경 개선 등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합의기구가 추후 세부 시행안을 내놓을 때까지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3월부터 택배비 현실화 방안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해 6월 2차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택배단가 인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사업 구조상 택배사들의 주거래처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1년 단위로 계약하고 배송을 하는데 택배비를 인상할 경우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박구인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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