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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도다리쑥국

오병훈 수필가


아침 식탁에 도다리쑥국이 올랐다. 봄을 담은 진한 쑥향이 입맛을 돋운다. 쑥국의 맛을 알려준 문우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계절을 느끼기에는 꽃을 보는 우리의 눈보다 혀가 더 민감한 것 같다. 벌써 시장에는 냉이, 달래가 나왔고 묵은 김치보다 봄동의 상큼한 맛을 찾게 되는 계절이다. 저장한 배추보다는 노지에서 눈비를 맞고 겨울을 이겨낸 새싹이 더 싱그럽지 않겠는가. 남부 도서지방에서는 쑥을 밭에서 재배한다. 갯기름나물, 파드득나물 같은 산채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겨울에도 얼마든지 맛볼 수 있다. 더구나 산나물의 제왕이라는 곰취나 모시대, 어수리 같은 나물도 대량 재배한 것이 시중에 나온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정월 초면 경기 산골에서 멧갓이나 승검초를 대궐에 진상했다고 했다. 멧갓은 이른 봄 가장 일찍 눈을 녹이며 돋아나는 는쟁이냉이라는 다년초이다. 승검초는 당귀 싹인데 깨끗하기가 은비녀 같다며 꿀을 찍어 먹는다니 얼마나 사치스러운 식품인가. 당귀는 향이 강한 약초로 뿌리를 가을에 거두어 무나 배추를 저장하는 구덩이에 갈무리했다가 정초에 돋아난 싹을 나물로 했다. 옛 사람들의 미각을 현대에 되살려 보고 싶다. 이맘때 시중에서 파는 두릅은 줄기를 잘라 실내에서 물통에 꽂아두고 싹을 낸 것이다. 이렇게 재배한 것은 목질부가 조금 붙어 있다. 제철에 나무에서 딴 것보다 맛과 향이 덜하겠지만 그래도 겨울에 먹을 수 있어 우리를 기쁘게 한다. 땅두릅은 독활의 싹을 잘라낸 것인데 살찐 줄기가 달콤해 누구나 좋아하는 산채이다.

골짜기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때 남녘의 바다에서는 도다리가 살이 오른다. 겨울에 먹는 생선이라 비린내가 적고 깨끗하다. 게다가 향기로운 봄쑥을 곁들였으니 얼마나 감미로운가. 올해는 밥상에서 먼저 봄을 맞이하게 됐다. 벌써 제주에는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다. 새봄에는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대지의 기운을 벅차도록 들이켰으면.

오병훈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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