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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팬택, LG 그다음은…

김준엽 산업부 차장


유튜브 알고리즘이 어느 날 1980, 90년대 TV 광고로 안내했다. 우연한 추억 여행은 몇 가지 곱씹을 만한 생각거리를 안겼다. 80년대는 제품 기능을 강조하는 광고가 많았다. ‘이 제품은 이런 기능이 있다’는 메시지가 중심이다. 90년대 들어서는 ‘이 제품을 쓰는 당신은 멋진 사람’이라는 식의 광고가 등장했다. 제품에 대한 이미지 광고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구매의 기준이 기능적인 면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고의 내용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건 다양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광고를 할 수 있는 매체가 TV, 신문, 라디오 정도밖에 없던 시절이어서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의 광고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몇몇 대기업 광고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요즘과는 다른 모습이다.

분야별로 많은 기업이 있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식품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전자제품도 삼성전자, LG전자 외에 여러 기업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중 여러 기업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대표적으로 대우 브랜드를 단 회사들은 당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설마 저 회사가 없어지겠어?’라고 생각했던 곳 중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이 많다.

90년대 후반부터 휴대전화 보급이 늘면서 관련 광고도 많아졌다. ‘애니콜’(삼성전자) ‘싸이언’(LG전자) ‘걸리버’(현대전자) 등이 경쟁을 벌였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이전에 업체 간 휴대전화 시장의 경쟁은 치열했다. ‘스타텍’으로 잘 알려진 모토로라 외에 애니콜과 싸이언도 국내 대표주자로 분전하고 있었다. 특히 LG전자 휴대전화는 이때가 전성기였다. 초콜릿폰, 샤인폰 등은 그야말로 ‘대박’을 치면서 휴대전화 시장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소녀시대, 김태희 등 톱클래스 연예인이 LG전자 휴대전화 광고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피처폰은 통화, 메시지에다 특화된 기능 한두 가지 정도를 더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랬던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지 32년 만에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할 상황에 몰렸다. 23분기 연속 적자에 누적 적자가 5조원을 넘어서면서 지금처럼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 국내 스마트폰 업체는 삼성전자 하나만 남게 된다. 한때 ‘스카이’ 브랜드를 쓰던 SK텔레텍, ‘베가’로 대표되던 팬택 등 3~4곳의 업체가 있었으나 하나둘 사라져 갔다. 이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만 남게 될지 모른다. LG전자의 빈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치고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진다는 건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왜 실패했는지를 따져보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모두 결과론적인 얘기이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봐야 한다. 기업의 잘못된 의사 결정, 갑자기 변한 시장 상황, 정부 정책 등이 겹쳐 화학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는 사업도 언젠가는 소멸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배터리 등 현재 우리 경제를 주도하는 산업도 상황에 따라 추락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산업 전반의 변화가 시작됐고 코로나19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회사의 미래를 세우고, 정부는 기업의 사기를 북돋아줄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10~20년 후 2021년 광고를 보면서 ‘저 때 저 기업이 잘나갔었구나’라는 말을 읊조리고 싶진 않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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