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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논단] 이런 야당에 무얼 기대하겠나

서병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에게 특히 어렵다. 선거 때만 되면 모든 사람이 지지자로 보인다. ‘자뻑’은 정치인의 숙명인지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한국의 야당은 그 증세가 너무 심하다. 분수를 너무 모른다. 추락을 거듭하던 국민의힘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것 같다. 서울과 부산의 시장을 뽑는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러자 야당에선 야권 후보가 누가 되든 두 곳 다 이길 것이라는 낙관론이 솔솔 나온다. 야권이 분열돼 3자 구도가 돼도 이긴다고 큰소리친다.

야당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잠시 잘 나오는 것은 문재인 정권의 잇단 패착에 반사이익을 얻은 것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이 잘해서 국민 지지가 올라간 것은 아니다. “문 정권을 싫어하는 유권자가 늘었지만 야당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야당 스스로 물어보라. 지난 탄핵 국면 이래, 아니 작년 총선 이래 야당이 달라진 것이 있나. 국민에게 점수 딸 일을 했나. 노선이 발전적으로 바뀌었나. 그렇다고 사람이 바뀌었나.

반면, 눈을 의심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막겠다고 그 난리를 쳐놓고 막상 기구가 출범하고 처장이 임명됐는데도 무슨 일 있었냐는듯 덤덤하다. 소속 의원들의 부패와 성추문 사건이 잇달아 터지는데 지도부의 대응 방식이 고약하기 이를 데 없다. 꼬리 자르기 탈당으로 면피할 뿐 책임을 통감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 이 정도면 공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젊은이들은 지금 보수 야당을 비호감을 넘어 혐오 수준으로 싫어한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가 꼬집었듯 음식에 머리카락 나온 것이 비호감이라면 혐오는 바퀴벌레가 나온 격이다. 그 정도로 싫어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에 거부당한 정당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이러다가 4월 선거에서 야당이 지게 되면 내년 대통령 선거는 하나 마나일 것이다. 손에 들어온 것 같은 승리마저 놓치고 나면 정말 야당이 소멸하는 사태가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무서운 일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야당을 도울 수는 없다. 문재인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지상 과제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현 정부보다 더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안 가는데 어떻게 표를 던지나. 맹목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 여론조사 지표상으로 이런 무당층이 30%나 된다. 이들이 한국 정치의 앞날을 결정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야당은 달라져야 한다.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4월 보궐선거를 확실히 이겨야 한다. 국민을 감동시키는 것이 필승 전략이다. 대의를 위한 통 큰 결단만큼 감동을 주는 것도 없다. ‘3자 대결 구도 승리’ 운운하며 희떠운 소리를 계속하면 그나마 남아 있던 지지율도 훅 빠지고 말 것이다.

합리적·진취적 보수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하라. 시대에 맞지 않은 구태는 과감히 단절하라. 진보 진영은 내부 노선 다툼을 통해 생동감을 유지하며 외연도 확장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당의 진로를 둘러싼 뜨거운 논전도 없다. 고인 물은 결국 썩을 수밖에 없다. 지금 형국으로 보아 야당은 새 인물 없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맞닥뜨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아니라 당의 역량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안정당, 책임정당으로 면모를 일신해야 승부라도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에만 100명 넘는 국회의원이 있다. 그런데 그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정의당을 보라. 30대 초반 여성 혁신위원장이 치고 나가더니 50세 대표가 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두 사람만 힘을 합쳐도 이렇게 역사를 만들 수 있다. 보수 정당도 그렇게 해야 한다. 역량 있는 젊은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라. 치고 나와서 무기력을 떨치라. 국회의원 배지가 부끄럽지 않은가.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는 역사가 순환한다고 믿었다. 자기 조국이 지금 바닥을 치고 있으니 이제 올라갈 일밖에 없다고 희망을 전도했다. 국민의힘이 하는 일을 보면 아직 바닥에 이르지 않은 듯하다. 혹 4월 보궐선거에 이긴 다음 자뻑이 심해질까 두렵기조차 하다. 더 처절하게 부서져야 정신을 차릴까. 그러면 나라는 어떻게 되나. 국민이 불쌍하다.

서병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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