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4년 만에 바뀐 예규… 무죄추정 수혜자는 ‘범털’?

정치인 구속 면할 때마다 논란돼
일선 법관 “판단 더 신중해질 듯”
“예규 개정 큰 변화 없어” 반론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인신구속사무 예규를 개정한 것은 형사사건에서 ‘불구속 재판’과 ‘무죄추정의 원칙’을 새삼 강조했다는 의미가 있다. 일선 법관들 사이에선 이번 예규 개정으로 실형 선고 시 법정 구속 여부를 전보다 더 신중하게 판단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형 시 법정 구속을 기본방향으로 했던 인신구속사무 예규는 유력 정치인 등 소위 ‘범털’들이 구속되지 않을 때마다 논란거리가 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해 11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현재 공직에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을 피했다.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8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구속되지 않았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유력 인사들을 법정 구속하지 않을 때마다 ‘예규와 다르다’는 논란이 나온 것도 숨은 개정 사유로 안다”고 말했다.

대다수 법관은 기존 예규도 ‘증거인멸이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경우 구속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의 원칙을 뛰어넘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예규에 적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을 확대 해석해 실형 선고 시 무조건 법정 구속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일부 법관 사이에서는 이번 예규 개정으로 법정 구속이 전보다 신중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기존에는 실형 선고 시 구속을 관행으로 알던 변호인들이 앞으로는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는지 예전보다 깐깐하게 따지게 될 것이란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재경지법의 한 형사부 재판장은 “아무래도 전보다 법정 구속에 대해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바뀐 예규 내용을 고려해 법정 구속의 요건을 더 면밀히 따져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행정처 관계자는 “실형 선고 시 예외적으로 법정 구속을 허용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재판 원칙을 강조한 게 개정 취지 중 하나”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예규 개정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인신구속사무 예규를 의식해 법정 구속 여부를 결정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형사부 재판장은 “기존 예규도 결국에는 형사소송법대로 판단하라는 취지였다”며 “개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예규 개정에는 실형을 선고하면 곧 도망할 염려가 커진 것으로 간주하고 구속해 온 법원 관행을 바꾸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기존 예규는 실형이 나오면 도망갈 염려가 커진다고 관념적으로 판단한 측면이 있다”며 “실무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주거가 확실하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낮은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은 실형을 받고도 구속되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칫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비칠 우려가 있다”면서도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는 경우도 있는 만큼 구속 결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예규 개정의 파급효과는 향후 통계로 확인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5년간 1심 실형 선고 시 법정 구속 비율은 27~29% 수준에서 큰 변화를 보이진 않았다. 한 법원 관계자는 “향후 통계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임주언 기자 critic@kmib.co.kr

[단독] ‘실형=법정구속’ → ‘필요하면 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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