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금융 흔들기, 시장 시스템 탈난다

이익공유·공매도·이자 상환 유예… 與, 보궐선거 앞두고 개입 노골화


정치가 금융시장의 영역에 개입해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오는 3월 종료될 계획이던 한시적 공매도 금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는 더불어민주당의 공공연한 요구에 따라 재연장 쪽으로 사실상 굳어졌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은행 예대마진을 거론하며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는가 하면 여권이 밀고 있는 ‘이익공유제’에 금융권의 동참을 주문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등 당국은 아예 ‘패싱’되는 중이다.

금융의 공공재적 성격이나 사회적 책임을 감안하면 정치권의 훈수는 일부 정당성이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치가 ‘보이는 손’으로 시장 논리를 휘젓는 사례가 반복되면 시장 안정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결국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민주당의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22일 5대 금융그룹 수장들을 불러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중소상공인의 고통 경감과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고민해 달라”고 했다. 민관 협력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원리금 상환 유예 연장, 이익공유제에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 비용 절감 상생 협약식’을 열고 3월 말 끝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재연장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전날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내부 회의 때 “이번 조치가 가급적 올해 말까지 연장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금융권의 일시상환대출 만기 연장 규모는 116조원(35만건), 이자상환 유예 금액은 1570억원(1만3000건)에 이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24일 “코로나19 관련 정부 규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이자 상환 유예 등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여당이 주도하고 정부가 받아들이는 형태는 포퓰리즘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문제도 정치권이 금융 당국을 옥죄는 양상이다. 금융위는 지난 11일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가 여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닥치자 “결정된 게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 최종 결정은 다음 달 금융위 의결을 거쳐 이뤄지지만, 여권에서는 이미 공매도 금지 연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의 정치화’ 현상은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올수록 강해지고 있다. 문제는 금융이 정치 논리에 좌우되면 후유증이 크다는 데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 목소리에 당국, 금융 전문 기관들이 그냥 따라가는 것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융시장은 굉장히 정교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여당의) 조치들은 시장 기능을 과하게 잠식한다”며 “시장이 망가지면 금융이 굉장히 왜곡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조민아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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