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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근의 세금이야기] 나랏빚·가계부채 급증하는데, 걱정할 수준 아니라니…


최근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나랏빚은 급증하고 있는데 빚을 갚을 세금 수입이 계속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나랏빚 실상을 살펴보자. 현재 정부 부채와 민간 부채가 무려 4900조원에 달한다. 가장 우려가 되는 가계 부채만 해도 지난 한 해 동안 100조원이나 늘어나 부채 누적액이 1700조원에 이른다. 늘어난 부채 100조원은 대부분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연간 수익률이 1%도 안 되는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돈이 갈 데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빚을 내서 주식 거래를 하게 되는 투기 과열 현상이 계속되면 언제 폭망 현상이 닥쳐올지 모른다고 많은 전문가가 우려를 한다. 그럼에도 젊은 청년 등 수많은 국민이 주가지수 3000 시대라고 해서 한결같이 주식만이 살길이라고 외친다. 가히 ‘빚투’ 열풍 수준으로 몰입하고 있는 것 같다.

참으로 불안한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기업이 안고 있는 부채도 누적액이 2300조원에 달해 이미 임계선을 넘은 수준이다. 그중 도소매를 비롯해 음식 숙박업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자영업자들 경우만 보더라도 작년 한 해 동안 취업자가 30만명이나 줄었는데도 오히려 기업 부채는 40조원 늘었다고 한다.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를 합친 민간 부채가 4000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여기에 정부 자체가 안고 있는 900조원을 합치면 나라 전체 부채가 무려 4900조원이나 된다. 또 올해 수십조원 규모로 한두 차례 더 있을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감안하면 전체 부채가 5000조원에 이르게 될 것이다.

물론 어려울 때가 되면 빚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게 되면 나라 살림살이 전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 어마어마한 부채를 갚으려면 아마도 국민 1인당 1억원 정도 부담해야 되는데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이를 갚지 못하면 우리 자녀들이 대신해서 갚아야 하는데 여간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도 대다수 국민은 이런 난처한 상황에 매우 둔감해 있는 듯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가계 부채만 보더라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가 넘는 수준인데도 정책 당국자들이 다소 여유 있는 정부 부채를 내세우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는 점이다.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남과 북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유일한 분단국가로, 향후 국가 운명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외국과는 다르다. 정책 당국자는 항상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정말 효율적이고 건전한 재정 운영을 통해 나라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불요불급한 곳에는 가급적 재정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선거를 의식해 재정을 정치도구화하는 포퓰리즘식 재정 지출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나라의 주된 수입이라 할 수 있는 세금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국세 수입은 2019년 한 해 동안 293조원인 데 반해 지난해에는 279조원으로 잠정 집계돼 14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다소 경기가 회복할 것을 예상해 282조원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이마저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기업과 관련한 세금이 크게 줄어가고 있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19년 법인세 세수는 72조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4조원 감소한 58조원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금년도 법인세 세수는 이보다 훨씬 적은 53조원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정책 당국의 몇몇 기업 규제 정책 등으로 인해 절대 다수의 기업은 갈수록 연간 매출이 크게 줄고 있다. 이렇게 기업의 연간 매출이 감소하면 덩달아 이익이 줄고 이익이 감소하게 되면 재투자가 어려워지고 재투자가 안 되면 그토록 바라는 청년 일자리 창출마저도 이뤄지지 않게 될 것이다.

더구나 과세 당국에서 당초 목표로 했던 세금조차 제대로 거두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세금으로 진행돼야 할 각종 공공사업은 결국 빚을 내서 하거나, 아니면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무작정 빚을 내서 국가 사업을 시행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그러잖아도 그동안 빚을 내 쓴 돈도 엄청난 수준인데 갈수록 빚의 규모가 늘어나는 건 심각한 상황이다.

정책 당국이 꼭 유념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세정을 펼치면서 납세자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만약 납세자들이 어렵게 낸 세금이 잘못 쓰인다고 느낄 때는 세금 납부를 거부하거나,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기피할 것이다. 심지어 자칫 잘못하면 납세거부운동까지 펼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감히 제안한다. 세금에 대한 인식을 연금(年金) 개념으로 인식하게끔 해보자는 것이다. 젊을 때부터 열심히 사업을 하거나 직장 생활을 해 성실하게 세금을 낸 뒤 노년이 됐을 때는 평생 납세한 액수의 일정액을 연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세금의 연금화 시스템’으로 개편해 보자는 것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이 된다면 과세 당국 입장에서는 매년 수백억원씩이나 소요되는 세원 관리비와 징세비가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다. 반면 납세자는 굳이 탈세와 같은 잘못된 납세 기피 행위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금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수백조원 규모의 지하 경제 시장도 사라지게 돼 나라 경제 전반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세금이 연금이라면….”

사외 논설위원(전 한국세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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