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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10년을 돌아보며

홍정기 환경부 차관


1월은 ‘석면피해구제법’이 시행된 지 10년째 되는 달이다. 2007년 7월 석면공장 인근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11.6배 높다는 내용이 처음 보도됐고, 환경부는 2008년부터 석면광산·공장 인근 주민에 대한 건강 영향조사를 했다. 그 결과 충남 지역 석면광산 인근 주민 215명 중 110명에게서 이상 소견이 나왔다. 이를 계기로 석면피해구제법이 2010년 3월 22일 제정돼 2011년 1월부터 시행됐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일본 영국에 이어 세계 6번째다.

석면은 섬유처럼 유연하고 열에 강한 데다 값이 저렴해 건축 자재·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됐다. ‘기적의 물질’ ‘마법의 물질’로 찬사받았다. 하지만 1935년 영국에서 악성중피종이 석면 노출로 인한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유해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1987년 석면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석면 질병은 20년에서 40년의 긴 잠복기를 거치는데, 특히 악성중피종은 대부분 환자가 1년 이내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환경부는 석면 피해자가 석면피해구제법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석면광산·공장 인근 병원을 석면 환경보건센터로 지정해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석면 건강 영향조사를 하고 있다. 석면 피해자 지원 확대와 권익 향상도 도모하고 있다. 2013년 이후부터는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이 석면에 의해 비대해지면서 폐의 팽창을 방해하는 질병인 미만성 흉막비후를 구제 대상에 추가했고, 석면폐증(1급)과 미만성 흉막비후의 요양 생활수당 지급 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지난 10년간 석면 피해자와 유족 4823명에게 구제 급여 984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석면 피해 구제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우리나라의 석면 사용량이 1990년대 중반 절정에 이르렀고 2009년 석면의 신규 사용이 금지될 때까지 지속해서 사용됐다. 전문가들은 석면 질병의 잠복기가 최대 40년인 점을 고려해 2045년경 석면 환자 수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석면 피해 인정의 유효기간 갱신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등 구제 범위 확대를 위한 석면피해구제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 석면 질병의 인정 범위를 후두암·난소암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석면 폐암과 같이 의학적 판단으로 인정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석면 노출 평가를 통해 석면 피해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후 지난 10년은 석면의 유해성을 알리고 석면 피해자 발굴에 중점을 두면서 제도의 기초를 다지는 기간이었다. 앞으로의 10년은 석면으로 인한 건강 피해가 모두 종식되는 기간이 되길 소망한다. 환경부는 혹여 석면 질병에 걸리고도 구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없도록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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