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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보상 해줍시다’ 잇단 발의… 비용추계서 첨부는 ‘0’

與野, 법안 쏟아내는데만 골몰


정치권에서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여야를 불문하고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 중 제대로 비용 추계가 된 법안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임에도 정치권이 별다른 고민 없이 법안을 쏟아내는 데만 골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안 비용추계’는 법안이 시행될 경우 발생하는 재정지출과 수입의 증감액 등을 사전에 점검해 국가재정의 안정적인 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13대 국회 때 도입됐으며, 17대 국회 들어서 국회법과 국회 규칙의 제·개정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했다.

비용추계서는 법안을 발의할 때 함께 첨부하는 게 원칙이다. 만일 국회의원이 긴급한 사유 등으로 인해 법안을 우선 발의하려는 경우 ‘비용추계 요구서’를 첨부해 법안을 발의하고, 상임위원회 심사에 돌입하기 전에 국회사무처 의안과에 별도로 비용추계서를 제출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런데 25일 기준 계류 중인 자영업자 손실보상법 관련 법안 중 제대로 비용추계서가 첨부된 경우는 없었다. 대신 사후에 비용 추계를 해야 하는 ‘비용추계 요구서’가 첨부된 경우가 많았다.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4건, 국민의힘 2건, 정의당 1건 등 총 8건이다. 현재 나와 있는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은 적게는 월 1조원에서 많게는 24조원 등 상당히 큰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치권이 이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법안 비용추계에 걸리는 기간은 평균 12일 정도로 그리 길지 않다.

현재 발의된 자영업자 손실보상법 중에서는 소요 재정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법안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보상 기준으로 삼을 경우 추계가 어려워 예정처가 난색을 표한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관리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인데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며 “입법기관으로서 직무 유기이자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비용추계서 첨부 요건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법안 발의 전에 비용추계서를 첨부하는 것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20대 국회에서 비용추계서가 첨부되지 않은 채 발의된 법안은 2만419건으로, 첨부된 법안 수(4802건)를 크게 웃돌았다. 또 지금은 재정을 수반하는 법안 중에서도 비용추계서를 내지 않아도 되는 예외가 몇 가지 있다.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렵거나 예상 비용이 연평균 10억원 미만, 한시적 경우로서 총 30억원 미만인 경우 등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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