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작년 3월 자회사 집단감염 겪고도… 한전 전·현직 32명 ‘낮술’

3차 유행 불붙던 작년 11월 27일 노조 창립 기념… 방역 지침 무시


한국전력공사(한전) 전현직 직원 30여명이 지난해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될 즈음,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 권고에도 불구하고 ‘낮술’ 판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의 경우 지난해 3월 자회사에서 집단감염이 있었음에도 방역 지침을 위반한 것이어서 기강해이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5일 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 알리오에 공개된 한전의 감사자료에 따르면 한전 경북지역본부 직원 18명은 지난해 11월 27일 노동조합 창립기념일을 맞아 퇴직자 14명과 함께 경북 도내 모처에서 낮 11시40분부터 약 4시간가량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술잔도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모임은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11월 말 시행한 공직 복무점검 과정에서 드러났다. 한전 담당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들의 모임이 ‘불요불급한 모임, 행사, 회식 등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라’는 한전 내부 지침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기업인 한전 직원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자체 복무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노조 창립기념일을 맞아 휴무인 날 모였다는 점 때문에 복무 기강 위반에 저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징계 수위가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임 직전인 26일부터 전국 일일 확진자 수가 500명대로 확대되는 등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사실상 초기 국면 시점에서 공공기관 직원의 인식이 안일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정세균 국무총리는 모임 1주일 전인 11월 20일 “지금의 확산 속도는 지난 2월 대구·경북에서의 위기상황과 흡사할 정도로 매우 빠르다”며 모임 자제를 당부했었다. 3월 초 자회사인 대구의 한전MCS 남동지사에서 12명이 집단감염됐던 사실이 있었음에도 모임을 강행했다.

한전 측은 “원래 계획됐던 공식 행사를 취소했음에도 일부 직원이 따로 사적인 모임을 했다”며 “경위가 어찌 됐든 재발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사과했다. 이어 “외부기관 점검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한 뒤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방역지침 준수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한전의 자체 감사를 지켜본 뒤 다음 달 말 징계 수위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저유가로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맞으면서 경각심이 흐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전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15조7113억의 매출과 2조33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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