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vs 자율성… 정부-지자체, 방역지침 갈등 불씨

정부, 일부 지역 조정 움직임 쐐기
지자체 “지역 특성 고려를” 불만
거리두기 완화 때 충돌 가능성

코로나19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지난 1년간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여행협동조합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여행업계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운영자금 지원과 4대 보험 납부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둘러싸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대구시가 촉발한 정부·지방자치단체 간 ‘방역 갈등’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자체들은 겉으론 “방침에 따르겠다”며 중앙정부 지침에 고개를 숙였지만, 속으론 여전히 부글부글 끓고 있어서다.

특히 앞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될수록 ‘일관성’을 주장하는 중앙정부와 ‘자율성’을 강조하는 지자체 간의 충돌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겨우 봉합된 갈등이 언제든 터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지자체 방역 갈등은 대구시가 자체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16일 대구시는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현행 정부안인 오후 9시에서 오후 11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경주시가 뒤이어 동참했다.

하지만 다음 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구시에 ‘엄중 경고’를 내리면서 대구·경주는 곧바로 뜻을 접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지역 상황에 따라 지자체장이 (거리두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정부 절차와 지침을 충실히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현행 권역별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면 단계 결정권은 지자체장에게 있는 게 맞는다.

논란이 커지자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자체에 보내는 방역공문에 ‘변경금지 항목’ 가이드라인을 명시하기로 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나 ‘9시 이후 영업금지’ 등 정부 핵심조치에는 지자체가 손을 댈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또 방역 정책 결정 시 ‘정부와의 사전 협의’를 강조했다. 지자체들은 “우선 거리두기 단계 완화 때까진 정부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선 “방역정책은 일일이 정부 허락을 맡으란 소리”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앞서 도입한 ‘권역별 거리두기’는 허울이었던 셈”이라며 “잠자코 정부 말만 따르라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권역별 거리두기는 수도권·충청권 등 7개 권역에서 지자체 상황에 맞게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거리두기를 한 번 연장할 때마다 일선 자영업자와 주민 불만이 말도 못 한다”며 “민원은 지자체에서 다 받고 정부는 지시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미 거리두기 1단계로 내려도 될 만한 지자체들이 많다”며 “지역전문가는 지자체인데 정부는 지역별 특성 고려 없이 보수적으로 고강도 방역을 밀어붙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역 간 풍선효과를 막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 거리두기 수준(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에서는 지역 간 일관된 방역정책이 효율적”이라며 “다만 거리두기 단계가 전반적으로 완화된다면 지자체에 더 많은 자율권을 줄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자체는 “언제까지가 위기이고 어디까지가 지자체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권한인지를 명확히 규정하는 지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광역단체 관계자는 “앞으로 위기가 한풀 꺾였다 판단되면 지자체들이 앞다퉈 거리두기 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전국 지자체들은 이번 주 안으로 ‘오는 31일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확진자 발생 추이와 감염 위험도 평가를 토대로 결정한다. 부산시는 중대본 협의를 거쳐 이날부터 거리두기를 2.5단계에서 2단계로 낮췄다. 단 정부 핵심 방역조치인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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