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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 교양의 힘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장


코로나19로 지난 1년 동안 사망자가 수없이 속출했음에도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오로지 기대하는 것은 백신뿐이다. 세계의 유명 제약회사들은 백신을 발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 필사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제약사도 개발하고 있겠지만 언제 제품을 내놓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백신을 맞기 시작하자 국내에서는 빨리 수입하지 않는다고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우리는 왜 남보다 빨리 개발하지 못했을까.

일본은 코로나19 상황이 우리보다 더욱 심각하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해마다 배출하는 일본도 연구자나 제약사가 백신 개발 경쟁의 선두에 서지는 못했다.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최첨단 분야의 평가가 높은 일본이 이렇게 뒤처진 이유는 무엇일까.

데구치 하루아키 리쓰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학교 학장은 ‘2021의 논점’(문예춘추)에 발표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교양의 힘이다’라는 글에서 “이과 분야의 교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초연구를 등한시해 왔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기를 맞았을 때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 기초적인 교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독감이 휩쓸었을 때 나라마다 감염 정보를 숨기려고 한 것과 달리 코로나19는 모든 나라가 유전자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 아직 잦아드는 낌새는 없지만 백신이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이럴 때 “역사는 교양의 커다란 기둥의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교양을 ‘맛있는 요리’에 빗대서 설명하고 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면 식재료가 풍부해야 한다. 제철 재료, 귀한 재료가 많으면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있다. 풍부한 식재료가 갖춰진 다음에는 요리 실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요리하는 사람의 실력이 엉망이라면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때 재료가 지식이라면 요리 실력은 생각하는 힘이다. 풍부한 재료와 요리 실력이 결합해야 맛있는 요리가 가능하다. 즉 “풍부한 지식과 생각하는 힘이 결합한 것이 바로 교양인데, 교양은 양쪽이 모두 갖춰졌을 때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교양은 경험자의 지혜다. 교양의 열쇠가 되는 ‘생각하는 힘’은 질문을 하는 힘이다. 달리 말하면 원점에서 생각하는 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이다. 그는 “사회가 눈부시게 변화할수록 실용적인 학문은 금방 진부해진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학교에서 최신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워도 졸업할 무렵에는 이미 새롭지 않다. 그렇기에 보편적인 질문을 하는 힘이나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원천이 되는 것이 바로 교양이다.

교양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그는 사람, 책, 여행 세 가지를 추천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책을 읽어서 현명한 사람들의 지식과 사고법을 배우고, 스스로 넓은 세상을 다니며 견문을 넓히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한다. 세 가지 중에서 책은 시간이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능한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 유일했다.

같은 책에서 ‘전문 지식은 만능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통합지식의 힘’을 발표한 근현대사 연구자 쓰지다 마사노리는 통합지식을 기르려면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지금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맹목적인 전문가 숭배가 아니라 저널리즘이 재부흥해 아카데미즘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교양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한다면 우선 책과 신문부터 열심히 읽고 볼 일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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