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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위키피디아 20주년

배병우 논설위원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는 20세기 말 인터넷의 발명과 함께 거세게 일어난 기술 낙관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모든 사람이 컴퓨터를 자유와 교육, 계몽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를 모토로 내건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트위터 등 첨단 정보기술(IT)업체 창립자들도 이러한 이상주의에 공감했다.

하지만 이제 IT 공룡들을 보는 눈은 차갑게 식고 있다.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상업화했고, 후발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갑질을 저지르며, 상업적 이득을 위해 거짓 정보가 확산하는 판을 깔아준다는 비난이 거세다. 과거 철도와 석유 카르텔을 분쇄한 것처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빅테크 기업의 해체나 사업 분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위키피디아는 이 점에서 ‘별종’임에 틀림없다. 서비스 시작 이래 이 인터넷 지식백과는 기업이 아니라 비영리 자선단체로 운영 중이다. 주요한 재원은 약 700만명이 내는 월평균 15달러의 후원금이다. 이용료가 없고 광고도 없다. 창립 당시 모든 사람이 참여해 만드는 백과사전이라는 개념은 비웃음을 샀다. 형편없는 질의, 문제투성이 사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28만명의 무보수 봉사자들의 협업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 사전에 대한 중론은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가 필요한 누구나가 가장 먼저 찾는 사이트가 됐다. 2005년 권위 있는 과학학술지 네이처 조사에 따르면 백과사전의 대명사 격인 영국 ‘브리태니커’와 정확도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 15일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위키피디아에는 300여개 언어로 5500만개 항목(표제항)이 작성돼 있다. 초당 조회 수가 8000여회에 달하며, 1분에 350회 이상 수정된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판치는 시대에 전 세계 보통 시민들의 협업으로, 무료로 서비스하는 이 지식의 보고는 더욱 소중하다. 앞으로도 번성하기를.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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