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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마지막 도전… 후회 없이 즐겁게 경기 치르고 싶어요”

[가자! 도쿄로] ⑤ 펜싱 사브르 김지연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 사브르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이 지난 2016년 태릉선수촌 펜싱 훈련실에서 양 손에 사브르 검과 투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지연 제공

김지연(32·서울시청)은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늘 여자 펜싱의 간판이었다. 한국 최초의 여자 펜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그에게는 ‘미녀 검객’이라는 별명과 함께 대중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런 중압감 때문인지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리우) 올림픽에선 16강에서 탈락하는가 하면 한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래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우승 이후 대표팀 은퇴를 고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는 그는 도쿄 올림픽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기로 했다.

여자 사브르의 간판 ‘성격 급한’ 선수

김지연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브르의 신세계를 연 선수다. 그는 원래 부산 재송여중에서 플뢰레 종목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플뢰레는 상체 몸통만 찌르는 것으로 점수를 얻는 종목이라 정교함이 중요하다. 하지만 다혈질 성격에 에너지가 넘치는 그의 스타일을 본 이수근 당시 부산 영운중 펜싱부 감독(현 익산시청 감독)이 부산디자인고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사브르로 종목 전환을 제안했다.

사브르는 팔과 머리를 포함한 상체를 찌르거나 베는 종목으로 좀더 공격적이다. 이 감독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그를 부산디자인고로 스카우트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워낙 성격이 급하고 에너지도 넘쳤는데, 이 감독님 등 선생님들이 내게 사브르가 어울린다고 해서 바꾸게 됐다”면서 “사브르는 칼날이 스치기만 해도 불이 들어올 정도로 역동적이라 좋았다”고 말했다.

빠르게 성장한 김지연은 런던 올림픽 직전 아시아 출신 최초로 세계랭킹 5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런던 올림픽 준결승에서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마리엘 자구니스(미국)를 상대로 5-12의 불리한 상황에서 1점만 내주고 10점을 따내는 놀라운 역전승을 해냈다. 그는 기세를 몰아 결승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본인의 첫 국제대회 금메달이자 한국 및 아시아 여자 펜싱 역사상 최초의 사브르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그는 대중의 기대와 시선에 부담을 느꼈다. 그는 “리우 올림픽에서 또다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생각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다”고 아쉬워 했다. 당시 올림픽 16강에서 그는 그동안 진 적이 없던 선수인 로레타 굴로타(이탈리아)에게 어이없이 패배했다.

선수생활 내내 긴장하며 살아온 그는 2017년 결혼하며 위안을 찾았다. 하지만 선수촌 생활을 하느라 남편을 혼자 내버려두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이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단체전 우승과 개인전 동메달을 거둔 뒤 그는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는 “이 정도면 선수로서 좋은 마무리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대회 이후 한 달 정도 쉬며 고민하는 동안 미련이 떠나지 않았다”면서 “그때 남편이 ‘그런 마음이면 다시 도전하는 게 맞다’고 힘을 줬다”고 말했다.

부담감 덜어내고 후회없이 즐겁게

도쿄 올림픽은 그에게 진짜 마지막 대회가 될 예정이다. 그는 “이번엔 정말 후회 없이 경기를 치르고 싶다”며 “리우 때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을 향하는 과정은 유난히 힘들었다. 그는 지난해 2월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후 올림픽이 개막하는 7월에 맞춰 공격적으로 재활 훈련을 했는데, 코로나로 1년 연기되자 목표가 사라져 잠시 의욕을 잃기도 했다. 또한 각종 국제 대회들도 취소되면서 그는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지난해 11월 tvN에서 극한 상황 속에 살아남는 예능 ‘나는 살아있다’에 출연한 것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증 해소를 위해서였다. 그래서 그는 “올림픽 대표팀에 다시 합류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웃었다.

현재 올림픽 모드인 그는 올 상반기 국제 대회에 출전해 실전감각을 높일 예정이다. 다만 1·2월 대회들이 취소되면서 3월 벨기에서 열리는 펜싱 월드컵이 올해 첫 대회가 될 듯하다. 그는 “도쿄 올림픽도 취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걱정되지만 지금은 그저 앞만 보고 뛸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김지연이 지난 2019년 1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펜싱 월드컵에서 여자 사브르 세계 랭킹 2위 벨리카야 소피아와 겨루는 모습. 김지연 제공

지난해 부상 전까지 그는 세계랭킹 7위였다. 2019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펜싱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서울에서 열린 그랑프리에서도 은메달을 따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국제 대회가 계속 취소되면서 그의 랭킹은 여전히 7위다.

그는 “7위지만 1위에게도 이길 수 있고, 30위한테도 질 수 있는 게 펜싱”이라며 “어떤 선수를 만나도 항상 똑같이 힘든 상대라고 생각하며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상 없이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면서 “여자 사브르 대표팀 맏언니이자 주장으로서 후배 3명을 인솔하는데, 내가 힘을 내고 중심을 잘 잡아야 후배들도 불안해하지 않고 제 몫을 해낼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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