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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면 뽑겠다, 필요하면’ 대졸 공채의 문이 닫힌다

4대그룹 중 삼성만 대졸 공채 유지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경기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치러진 SK그룹 하반기 공채 필기전형 ‘SK종합역량검사(SKCT)’를 보기 위해 수험생들이 입장하고 있는 모습. 김지훈 기자

대기업 대졸 정기 공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필요한 인재를 필요할 때 뽑아서 쓰겠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대기업 채용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내년부터 대졸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계열사별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다. 채용 형태는 바꾸지만 채용 규모는 예년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SK 측은 설명했다. SK그룹은 해마다 상·하반기 정기 채용과 수시 채용을 통해 8500여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해 왔다.

이로써 4대 그룹 중 대졸 정기 공채를 유지하는 곳은 삼성만 남게 됐다. 앞서 현대차는 2019년부터, LG그룹은 지난해부터 정기 공채를 없애고 수시 채용 체제로 전환했다. 삼성은 현재로선 수시 채용 전환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요 그룹들은 한때 그룹 차원의 정기 공채를 해왔으나 점점 계열사별 정기 공채로 형태가 바뀌었다. 그러다 이마저 없애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모이기 어려워진 것도 대규모 공채 진행을 꺼리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 공채 시절에는 신입사원을 잘 교육해 필요한 인재로 키우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이제는 기업이 일일이 교육하지 않고 실전에 필요한 인재를 뽑겠다는 의미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 사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를 원할 때 뽑겠다는 건 결국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험을 갖춘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다. 대학 때 다양한 인턴 경험을 하거나 다른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경력 같은 신입사원’이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사업 영역,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수시 채용이 효율적”이라며 “공채가 사라지면 아예 신입 채용을 안 하지는 않겠지만 줄어들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수시 채용 증가에 대한 취준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취준생 박모(25·여)씨는 “여태 정부 눈치 보며 공채를 진행하다 코로나19를 이용해 없애는 것 같다”며 “그나마 공정하다고 느꼈던 공채가 사라지면 지인 추천도 많아질 거 같고 또 다른 사다리 없애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취준생 이모(25)씨는 “공채가 수시로 바뀌면서 채용 연계형 인턴이 많아지면 취준생들이 경력을 쌓을 기회가 늘어날 것 같아 장점도 있을 것 같다”고 봤다.

수시 채용이 확대되면 취준생들은 본인의 희망 직무와 직접 관련된 경험을 쌓아야 구직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 팀장은 “수시 채용은 특정 직무에 ‘핏(fit)’한 사람을 찾는 것”이라며 “어학 능력, 인적성 검사 등 기본적인 스펙 외에도 본인의 지원 직무 관련 경험을 어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권민지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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