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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해서 하지만, 내게 미래가 있을까… 배달 뛰어든 청년들

폐업·실직 눈물… 하루 벌이 전전
“또래 집에 갈 땐 씁쓸한 기분 들어”


‘코로나 불경기’로 자영업자와 취업준비생 등 단기 배달업에 뛰어드는 청년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모(33)씨는 코로나19로 체육관을 열지 못해 월세가 밀리자 전기요금이라도 벌어보자는 심정으로 지난해 말부터 음식 배달을 시작했다. 지난해 내내 새벽 시간대 클럽 보안요원 등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버텨왔지만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체육관이 아예 영업을 못 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배달업에 뛰어들게 됐다.

김씨는 26일 “밤길에 험하게 운전하는 차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할 뻔한 적도 여러 번”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해 술집이 죄다 문을 닫으면서 주류 유통 사업에 실패한 친형이 번개탄을 피우고 누워 있는 것을 간신히 살려냈다”며 “나도 빚더미에 올랐지만 줄줄이 망해가는 주변 자영업자를 보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강모(28·여)씨도 취업 시장이 얼어붙어 새 직업을 구하지 못하자 지난 연말 배달을 시작했다. 강씨는 “생활비가 부족해 중고 장터에서 배달용 장바구니를 하나 사서 배달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일거리가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이 일을 하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일자리를 잃고 배달업에 뛰어든 외국인도 있다. 2014년에 한국에 온 러시아인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배달 일을 시작했다. A씨는 한국에 여행을 온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일거리가 없어져 배달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많게는 하루 15만원도 벌지만 가이드 수입에 비해 현저히 낮은 데다 보람도 느끼지 못해 막막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A씨는 “급한 대로 잠깐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한 것인데 벌써 1년이 넘었다”며 “특별한 상황이 없으면 올해도 배달일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생 구모(22)씨는 학비 마련을 위해 평일 2시간, 휴일 4시간씩 짬을 내 2개월째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 구씨는 “공휴일에 내 또래 청년이 혼자 있는 집에 배달을 가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배달원 수는 37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7.9% 증가했다. 지난 5일 발표된 ‘2020 11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배달 음식의 주문량은 1조6393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6%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청년층의 배달업 의존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와중에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단기 업무에 그치는 게 아니라 미래에 더 나은 일자리로 발전할 가치창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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