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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올해 추석엔 진짜 달라질까


“어쩔 수 없지. 추석에는 안 괜찮아지겠나. 지난번에 나라에서도 올 추석에는 다를 거라고 했으니까.”

설 명절을 앞두고 고향집에 홀로 계신 어머니와 자주 통화한다. 이번 설 연휴에도 내려가지 못할 것 같다고 했더니 하신 말씀이다. 전화기 너머로 진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코로나19로 1년 가까이 손주 얼굴을 못 봤으니 그러실 만하다. 외지에 자식을 둔 부모라면 다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9월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이동 자제를 권고하며 “내년 추석은 금년 상황과 다를 것”이라고 했다. 새해에는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올 것이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해 접종하게 될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었다. 일상과 경제 활동의 제약에도 꿋꿋하게 버텨온 모든 국민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예상대로 다음 달 초 토종 항체치료제가 처음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또 확보된 백신 중 일부가 도입돼 순차 접종에 들어간다. 일각에선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백신 투여를 늦게 시작하지만 집단면역 달성 기준인 전 국민 70% 접종은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보건소, 1차 의료기관 등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히 높고 독감백신 등 집단 예방접종 경험이 어느 나라보다 많기 때문이다.

순조롭게만 추진된다면 정부 공언대로 올해 추석은 이전과 다르게 맞을 수 있을 듯하다. 추석 연휴(9월 20~22일) 전까지 제한적으로 집단면역이 이뤄지면 마스크를 벗을 단계까진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가족 모임이나 영업 제한 같은 엄격한 방역조치에선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관측해 본다.

관건은 예상치 못한 상황의 발생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인 만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백신 접종 과정에서의 불확실성도 작지 않아 집단면역 달성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정부가 양치기 소년이 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한 여러 나라들이 돌발 변수에 맞닥뜨리고 있다.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운송·보관 및 유통 시스템 문제로 접종이 늦어지고 있다. 완벽하게 준비했더라도 실수는 나올 수 있다. 지난해 독감백신 접종 중단 사태에서 이미 겪었다.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도 물음표다. 임상시험을 통해 어느 정도 예방효과가 입증됐지만 일부 백신은 고령층에서 효과가 거의 없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면역 지속 기간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아 경우에 따라 1, 2회 접종 외에 추가 접종을 해야 할 수 있다. 접종 후 급성 쇼크 반응이나 사망 같은 돌발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내 접종 과정에서 해외에선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다.

향후 가장 우려되는 변수는 변이 바이러스다. 영국발 변이는 전염력이 높지만 백신을 무력화한다는 연구는 아직 없다. 다만 남아공발 변이는 백신의 항체 효과를 6분의 1로 떨어뜨린다고 보고됐다.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과 확산을 막고 지역사회 모니터링에 소홀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이래저래 올해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바이러스와 백신을 손에 쥔 인류의 생존을 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백신 접종 세부 계획을 오늘 공개한다. 전문가 협의를 거쳐 신중하고 치밀하게 결정됐다 하더라도 우선 접종 순위를 두고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맞물려 방역 당국의 지침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이는 백신의 신뢰를 떨어뜨려 접종 속도와 접종률 견인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정부 대처에 따라 국민의 백신 순응도가 달라질 것이다. 올 추석에는 모두의 바람대로 고향의 부모님을 마음 놓고 뵐 수 있길 기대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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