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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포럼] 아동학대 방지, 부모 처벌만이 능사 아니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서울대 명예교수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도 아동학대가 발생하지만 2018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가해자의 77%가 부모이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가 80%에 이른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 조기 발견을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학대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를 막으려면 우선 아동학대가 무엇이고, 왜 발생하며,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전문가와 기관이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해 사회 구성원 전체가 평소에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아동학대는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길들이기, 정서적 또는 심리적 피해, 방치 등을 포함한다. 신체적인 무력을 동반하지 않아도 학대에 속하며, 가족뿐 아니라 지역사회 일원 중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아동학대 발생 원인은 부모나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아동권리 인식 결여 문제로 볼 수 있다. 아동을 소유물로 인식하거나 양육이나 교육의 대상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동학대 관련 전문기관이나 법적 문제 등을 잘 모른다는 점도 원인이 된다.

아동학대 대응은 발견과 신고, 사후관리 및 예방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 첫째, 조기 발견을 위한 신고가 20% 수준으로 상당히 낮다. 외국의 경우 신고 건수 중 80%가 신고의무자의 신고로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아동학대 발견율이 2.9명으로 미국과 호주의 13명, 일본의 7명에 비해 턱없이 낮다. 조기 발견, 즉시 신고를 강화하려면 ‘내 아이’보다는 ‘우리 아이’로 생각하는 이웃의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 그리고 신고의무자가 신고하지 않았을 때 받게 되는 페널티를 생각하기 이전에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가정을 방문할 때부터 프로텍티브(protective·의무보호)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이다. 외국처럼 시군구 아동보호팀 공무원이 준조사권을 가짐으로써 신고받으면 경찰과 함께 가정방문이 이뤄지도록 해 경찰은 범죄 사항을 조사하고, 아동보호전문가는 사후관리 서비스를 맡아야 한다. 이후에는 신고 접수를 하나로 묶어 정보가 공유되는 국가 전산망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사후관리 차원에서는 첫 신고 때부터 학대 부모와의 분리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하며, 아동을 바로 보낼 수 있는 시설이나 위탁가정을 사전에 갖춰 놓아야 한다. 그리고 아동의 경우 사례 관리를 해야 하는데,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부모가 거부하면 아동의 안전을 확인할 길이 없다. 또한 학대 부모에 대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아동과 함께 살아가야 할 부모이기에 부부관계, 자녀양육 스트레스 해소, 경제적 문제 등에 대한 상담과 교육 등의 프로텍티브 서비스 제공이 있어야 한다. 학대 부모의 경우 어릴 때 신체적 학대나 방치, 심리정서적 학대를 받은 경우가 많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침에는 아동보호상담원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방문하도록 돼 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아동과의 접촉이 어렵고 때로는 고소당하기도 해 상담원의 이직률이 높고 처우도 열악하다. 그러니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려운 현실이다.

셋째, 예방 차원에서는 아동학대에 관련된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 출산 후 아동수당을 신청할 때나 보육시설에 맡길 때 등 서비스를 받기 전에 의무적으로 교육을 이수토록 하며, 가정방문 서비스를 정례화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아동학대를 막으려면 아동의 안전, 아동의 일생계획, 원가정 보호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전문적인 프로텍티브 서비스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전문 인력을 늘리고 서비스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저출산·고령사회에서 저출생 문제에 재정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낳은 아이를 함께 잘 키우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아동보호 관련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가 아동을 방치해 온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내 아이만을 고집하는 이기주의가 아동학대의 근원이 아닌지 우리 모두 성찰해야 한다. 돈 안 드는 가해자 처벌과 같은 증오만으로는 결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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