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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세력 KO 시킨 미국개미… 한국개미도 승리할까

게임소매 업체인 ‘게임스톱’ 놓고 헤지펀드와 맞대결서 승리 거둬
SNS 통한 집단적 행동 양상에 기관 압도 유동성 있었기에 가능

AP연합뉴스

몇 년 전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등에 대한 기관과 외국인들의 공매도에 맞서 대대적인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들로서는 공매도 잦은 증권사 탈퇴하기, 주식대여 금지 신청하기 등 소극적 캠페인이 전부였다. 태평양 건너 미국 개미들도 대형 헤지펀드에 감히 맞설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미국 개미들은 새해 들어 SNS 레딧에 개설된 토론방 ‘wallstreetbets’를 중심으로 공매도와의 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고 있다. 3월 15일 공매도 금지 해제일을 앞두고 연장 여부를 고민하는 한국의 금융 당국에 타산지석의 사례가 될 만하다.

공매도 전쟁의 ‘그라운드 제로’는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사진)이다. 미국 20, 30대 남성들의 어릴적 추억이 담긴 오프라인 게임팩 회사로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8월만 해도 이 회사 주가가 4달러에 불과했으나 3분기부터 지난 연말까지 슬금슬금 25달러까지 올라갔다. 당시 애완동물 쇼핑몰 ‘츄이’를 공동창업한 행동주의 투자자 라이언 코언이 “게임스톱이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소매점을 없애고 온라인 유통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개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랠리의 발단이 됐다.


새해 들어 지난 13일 코언이 게임스톱 이사진에 합류한다는 소식은 다시 주가의 불을 댕겼다. 이에 헤지펀드들이 펀더멘털 수준과는 반대방향으로 주가가 오르자 공매도에 나섰다. 그러나 평소 공매도에 불만이 많았던 개미투자자들은 레딧에 해당 주식 구매 인증샷을 올리는 등 반격에 나섰다. 2주도 안 돼 주가는 700%나 상승했고 지난 26일 하루에만 145%까지 뛴 뒤 147달러로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 회장까지 레딧 토론방에 글을 남길 정도였다.

남의 주식을 빌려 투매하는 공매도는 하락한 가격으로 재매수해 이자를 갚고 난 뒤 그 차익을 보는 투자 기법이다. 그런데 개미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 주가가 크게 오름에 따라 판매한 가격에도 살 수 없었던 헤지펀드들은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울며 겨자먹기식 재매수로 가격이 더 폭등하는 ‘숏스퀴즈’ 광란까지 벌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2일 게임스톱 종목 공매도 손실액이 6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30%의 공매도 투자 손실을 본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이 주식을 갚기 위해 다른 펀드로부터 무려 27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까지 받았다고 소개했다. 공매도를 통해 ‘개미 털기’로 재미를 봐 온 헤지펀드들이 이번에는 개미에게 제대로 털린 셈이다.

개미투자자들은 블랙베리, AMC엔터테인먼트, Bed & Beyond 등으로 공매도 전쟁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 종목도 연초부터 특별한 호재 없이 26일까지 각각 171.95%, 108.49%, 72.75% 올랐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단골 공매도 대상 종목 50개가 올 들어 S&P500지수보다 상승률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미 증권감독 당국이 레딧에 주가 매수 선동질을 한 주도자 색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당시 도쿄 조로 유명한 주식 전문가는 유료 주식 컨설팅 사이트를 개설해 투자자를 끌어모았다가 당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75만5000달러를 벌금으로 물기도 했다.

그러나 레딧을 통한 개미투자자들의 공매도 전쟁은 특정인이 아닌 주식 SNS를 통한 집단 행동의 양상에다 기관을 압도하는 유동성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거꾸로 2000년 닷컴버블의 재현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동훈 금융전문 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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