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청소년 교회’가 커간다… 학우들과 틈틈이 예배·기도 코로나 위기 속 온라인 모임으로 계속

다음세대 돕는 ‘스탠드그라운드’ 스쿨처치 운동 사역자를 만나다

2019년 경남 거제의 한 고등학교(위쪽)와 충남 태안의 고등학교 스쿨처치에서 예배 모임을 하는 모습. 스쿨처치는 다음세대가 직접 학교에 예배와 기도 모임을 세우는 움직임이다. 스탠드그라운드 제공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임예솔(18)양은 2년 전 1학년 때 급식실로 가다 ‘기도 모임’ 포스터를 보고 흥분했던 날을 아직 잊을 수 없다. 그날 이후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이면 체할 정도로 빠르게 점심을 먹고 기도 모임 교실로 향했다. 그렇게 임양은 학교에서 누구나 아는 ‘그리스도인’이 됐다. 임양은 “기도 모임을 시작한 후 친구들이 나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본다는 걸 더 절실히 깨달았다”며 “학교에서 보내는 모든 순간에 그리스도의 자녀다움을 드러내기 위해 행동하고 사랑을 흘려보내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양처럼 학교에서 예배와 기도 모임을 세워가는 다음세대 예배자 모임을 ‘스쿨처치’라 한다. 곳곳에서 다음세대의 위기를 우려하는 현실 속에서도 이들은 묵묵히 삶의 예배를 드리며 신앙을 지켜가고 있다. 다음세대 사역단체 ‘스탠드그라운드’를 이끌며 스쿨처치 운동을 돕는 나도움 목사와 스쿨처치를 하다가 졸업 후 동역하는 청년 3명, 학교에서 스쿨처치를 이끄는 학생 11명을 지난 23일 줌으로 만났다.

스쿨처치가 최근 생긴 움직임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교 안에 작은교회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전국 곳곳에서 있었다. 그러나 열기는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나 목사는 남은 작은 불씨를 살려보기로 했다. 나 목사는 “여전히 예배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얘길 듣고 한 학교라도 찾아가 격려하고 싶었다”며 “2015년부턴 매년 ‘네일로’라는 이름으로 저와 청년들이 방학 때마다 스쿨처치를 찾아가 함께 예배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쿨처치의 시작과 방법은 모두 달랐다. 이미 만들어진 동아리에 들어가거나 직접 모임을 만든 경우도 있다. 두세 사람이 모여 간단히 찬양과 기도만 하는 모임도 있고 담당 목회자가 있어 20여명이 짧은 예배를 드리는 모임도 있다.

스쿨처치를 지원하는 나도움 목사(윗줄 가운데)와 학교에 스쿨처치를 세운 학생들이 지난 23일 줌을 통해 스쿨처치 사역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줌 캡처

그러나 예배하는 마음만은 모두 같았다. 일상 속에서 늘 예배자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다. 임현아(18)양은 “삶의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는 건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며 “그 시간 속에서 회복하고 믿음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예배모임을 했던 함종현(20)씨는 “기독교인이 아닌 친구들은 우리를 통해 예수님을 알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행동에 더 신경 쓰고 선생님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전했다.

학교에 교회를 세우는 일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황예희(17)양은 학교에서 기도 모임을 하지 말라고 해서 몰래 모임을 해야 했다. 류호경(18)양은 기도 모임을 하는 교실에 학생들이 찾아와 문을 발로 차거나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는 등 비난을 받았다. ‘지저스’가 들어간 욕을 듣거나 ‘예수쟁이’란 놀림을 받는 건 다반사였다. 교실에서 쫓겨나 운동장, 공터에서 예배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잠시 멈칫할지언정 예배를 멈추지 않았다. 소하연(17)양은 “처음엔 욕을 먹기도 했는데, 지나고 나니 오히려 예배자로서 모습이 제 캐릭터가 됐다”며 “뭐가 죄인지도 모르고 하는 말이니, 상처를 받기보단 그 아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기도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교회를 세우고 예배하던 아이들은 청년이 된 후 스쿨처치의 든든한 동역자가 됐다. 이효원(24)씨는 나 목사와 매년 스쿨처치를 찾아 아이들을 격려하고 함께 예배드린다. 중·고등학교에 모두 기도 모임을 세웠던 심찬미(21)씨는 “스쿨처치를 하며 기독교인이란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게 조금도 두렵지 않게 됐다”며 “같은 경험을 가진 청년으로서 기도하며 아이들을 지켜주고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사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위기’라는 말보단 격려와 응원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현(19)양은 “교회에서도 ‘다음세대의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들으니 부담감과 위기감을 더 많이 느낀다”며 “핍박과 시선을 견디고 많은 유혹과 비난 속에서도 신앙을 담대하게 지켜나가는 다음세대를 격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진웅(17)군은 “교회가 세상에서 더 많은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준다면 더 많은 학교에 교회가 세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사역이 축소되는 등 어려움도 있지만, 스탠드그라운드는 온라인으로 모임을 가지며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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