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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기자’가 바라보는 사랑과 행복

[책과 길] 가장 행복한 나이, 성기철 지음, 일송북 348쪽, 1만4800원


지난해 미국 다트머스대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 교수는 132개국 자료를 분석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점이 각각 47.2세와 48.2세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이 나이의 좌우 시기인 유년기와 노년기는 행복도가 상승해 인생 전체에서 행복 곡선은 ‘U자’를 그린다.

‘가장 행복한 나이’는 U자형 곡선의 오른쪽 상승기에 접어든 저자가 사랑과 행복을 비롯한 삶의 다양한 주제를 풀어놓는 책이다. 30년 넘게 신문기자로 일한 저자가 퇴직 마지막 1년여의 기간 동안 연재한 칼럼을 수정·보완한 후 책으로 묶었다.

연재 당시 칼럼 제목에 ‘아재 기자’란 말이 들어갔을 정도로 글의 눈높이는 중년에서 노년을 바라보는 세대에 맞춰져 있다. 유교적인 가풍을 지닌 시골에서 태어난 저자는 글에서 자신이 그러한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낸다. 신혼 시절 처가로 오라는 아내에게 “남자가 어떻게 처갓집으로 퇴근을 해”라고 하거나 첫 아이가 딸이었을 때 내심 서운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저자가 스스로를 ‘아재’라 칭하고, 글에서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낸 것은 그만큼 객관화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시선은 저자와 비슷한 나이 대에 맞춰져 있지만, 생각이 갇혀 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가령 ‘나이가 벼슬이어서야’라는 제목의 글에선 자신이 자랄 때보다 더 나이를 통한 위계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꼬집는다. 가사나 육아 분담에선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도 보여준다.

변화를 거듭하는 가정과 사회에 대한 연장자로서의 고민도 담겨 있다. “젊은 사람들한테 사생활을 가급적 언급하지 말라”는 딸들의 조언으로 시작하는 ‘관심과 간섭 사이’라는 글이 대표적이다. 가정과 직장에서 관심과 간섭의 ‘이상적인 거리’에 대한 생각이 담긴 글에서 저자는 조언을 나름의 결론으로 삼는다. “잔소리가 아니라 애정이 듬뿍 담긴 조언이라면 어느 누가 싫어하겠는가. 그러나 간섭에 이르기 전, 여기서 딱 멈추는 게 좋을 것 같다.”

가족과 주위를 대하는 저자의 정감어린 시선도 글의 온기를 더한다. 오랜 기자 생활에서 마주친 정치인이나 지인들과의 일화나 저자가 읽은 책의 구절 역시 책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저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독자들에겐 고민을 나눌 기회를 주고, 그보다 어린 독자들에겐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책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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