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머문 듯… 가는 듯… 빨간 풍차 너머 그리움이 물든다

일몰·야경 환상적… ‘노잼’ 아닌 ‘꿀잼’ 도시 대전의 명소

풍차와 노을·야경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대전 대동하늘공원.

대전은 ‘노잼(No 재미)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전국에서 제일 재미없는 도시’라는 얘기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보고 느끼고 힐링할 곳이 대전 곳곳에 숨어 있다. ‘핫 플레이스’를 찾아가면 ‘꿀잼 도시’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가장 먼저 일몰과 야경 명소 대동하늘공원으로 가보자. 낮에는 알록달록한 벽화가, 해가 지면 이국적인 풍차와 대전 시내 야경이 유혹하는 감성 충만 여행지다. 대동하늘공원이 자리한 동구 대동은 6·25전쟁 때 피란민이 모여 살던 달동네였다. 달동네 하면 다소 칙칙한 느낌이지만, 이곳은 밝고 화사하다. 동네 담벼락에 그려진 예쁜 벽화 덕분에 마음까지 환해진다.

대동 벽화마을 담장에 그려진 거북.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벽화마을을 지나 대동하늘공원에 올라간다. 가장 높은 언덕마루에 펼쳐진 작은 쉼터다. 벤치와 정자, 나무 그네가 있어 조용히 쉬었다 가기 좋다. 언덕 가장자리에 있는 풍차는 대동하늘공원의 랜드마크다. 목재로 지어진 풍차 외관에 타일을 붙이고 야간 조명을 더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밤하늘 아래 불을 밝힌 풍차는 이국적인 풍경을 풀어놓는다.

풍차 앞에 서면 그 뒤로 도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작은 건물이 오밀조밀한 도시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보문산과 계룡산 등 겹겹이 이어진 산자락이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싸 더욱 신비로운 느낌이다.

이곳에서 처음 맞이하는 일몰과 야경은 숨은 보물이라도 찾은 듯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붉은 태양이 대전역 인근에 쌍둥이처럼 들어선 한국철도공사 빌딩 사이로 사라져갈 때면 환상적인 노을이 펼쳐진다. 노을이 지나간 자리에 어둠이 깔리면 도시의 불빛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바쁜 하루를 보낸 이들을 위로하는 따스한 빛이다. 풍차가 있는 반대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연애바위(사랑바위)에 닿는다. 연인들이 움푹 파인 바위 사이에 숨어 사랑을 속삭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대동하늘공원에서 내려다보이는 대전역 뒤쪽에 소제동이 있다. 1920~30년대 일본 철도 노동자의 집단 거주지다. 전란과 개발을 피한 관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한때 대전에서 손꼽히는 부촌이었지만, 집과 건물이 오랜 세월 방치되며 쇠락한 동네로 전락했다. 담장마다 키 큰 나무가 무성하고, 길가에 구멍이 숭숭 뚫린 나무 전봇대가 여러 개다. ‘대창이용원’은 한자리에서 60년 세월을 버텼다.

이곳은 흔히 보지 못하는 것으로 가득한 시간 탐험 여행지이기도 하다. 시간이 멈춘 듯, 비좁은 골목 사이로 낡은 대문과 허름한 담벼락, 관사촌 건물이 오래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 빈집과 낡은 건물을 젊은 감각으로 채운 카페, 식당이 들어서며 사람들 발걸음을 불러들이고 있다.

가양동 우암사적공원 내 남간정사.

인근 동구 가양동에 있는 우암사적공원은 소제동이란 이름을 지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제자에게 학문을 가르친 곳이다. 버드나무가 울창한 연못이 남간정사(대전유형문화재 4호)나 기국정과 어우러진 풍경이 운치 있다. 기국정은 소제호 매립 당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테미오래’로 재탄생한 옛 충남도지사 공관.

대전의 또 다른 관사촌이 테미고개 인근에 있다. 옛 충남도지사 공관과 부지사 관사, 국장급 관사가 모여 있다. 조성 당시에는 일제 고위 관료들이 머물렀고, 6·25전쟁 때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임시 거처로도 활용됐다. 서양식과 일본식이 혼합된 1930년대 건축양식을 보여 주는 건물로, 옛 충남도청과 함께 드라마, 영화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대전시가 충남도로부터 공관을 매입해 도시재생 사업에 따라 ‘테미오래’라는 이름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상소동 삼림욕장 내에 조성된 얼음 동산.

겨울철 빼놓지 말고 찾아가야 할 곳은 2003년 개장한 상소동 삼림욕장이다. 만인산과 식장산 자락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국적인 돌탑, 몽돌지압길 등을 갖춘 도심 인근 사계절 전천후 힐링공간이다. 요즘 이곳에 엘사가 다녀간 듯 웅장한 얼음 동산이 조성돼 있다.

여행메모
소제동 카페 차 한잔·중앙시장 맛 여행…

대동하늘공원은 경부고속도로 대전나들목과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판암나들목에서 가깝다. 소제동 관사촌 일대를 둘러볼 때는 대동천 하상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하면 된다. 상소동 산림욕장은 대전에서 금산 방면 국도를 따라가다 만날 수 있다.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다.

소제동에는 음식점과 카페가 많이 들어섰다. 울창한 대나무숲이 운치를 더해주는 카페 ‘풍뉴가’는 브랜딩 차를 판다. 동구 원동 중앙시장 맛여행을 해도 좋다. 개천식당은 큰 평양식 왕만두로 유명하다. 빼어난 맛을 자랑하는 칼국수 집도 많다. 튀김소보로·부추빵으로 유명한 성심당도 빼놓을 수 없다.

이밖에 뿌리공원, 오월드, 한밭수목원, 이응노미술관, 대전 회덕 동춘당, 엑스포과학공원 등 둘러볼 곳이 많다.



대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And 여행]
시름은 싹~ 가슴은 뻥~ 인생샷 ‘핫플’
‘김신조 루트’ 더듬어 북악에 오르니 발 아래 서울이…
코로나 ‘집콕’ 어린이들, 눈썰매장 개장 “반가워요”
명절 연휴 호캉스 지친 심신 달랜다
쉿! 소리마저 삼켜버린 순백의 설국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