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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NO빨대” 소비자 목소리에 응답한 기업… 지구가 방긋

친환경 소비 트렌드


멸균우유에선 빨대가, 스팸에선 노란 뚜껑이 사라진다. 소비자들은 그 다음에 없앨 걸 찾고 있다. 의식 있는 소비자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친환경 실천에 힘쓰는 기업들의 노력이 만나 탈 플라스틱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기업들의 친환경 실천 고민에 소비자들의 의견이 더해져 친환경 움직임에 시너지가 발생하는 모습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빨대 없는’ 멸균우유 제품을 내놨다. 일반적으로 멸균우유 제품은 제품 상단에 빨대를 꽂는 구멍이 있고 옆면에 플라스틱 빨대가 붙어있지만 두 회사는 과감하게 빨대를 없앴다. 지난해 ‘빨대가 불필요하다’며 유제품에 붙은 플라스틱 빨대들을 모아 각 기업에 보낸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물이다.

지난해 2월 소비자모임 ‘쓰담쓰담’은 매일유업을 상대로 ‘빨대는 반납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매일유업의 요구르트 제품 ‘엔요’에 붙은 빨대에 문제의식을 느낀 한 소비자가 매일유업에 손편지와 함께 모아둔 빨대를 보낸 게 시발점이었다. 여기에 김진기 매일유업 고객최고책임자(CCO)가 “현재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음용하기 편리한 구조의 포장재를 연구하고 있다”며 “저희 매일유업의 보다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지켜봐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손편지로 화답한 뒤 변화가 이어졌다.

매일유업은 편지를 받고 3개월 뒤 대형마트에 들어가는 일부 엔요 제품의 빨대를 없앴다. 지난해 7월에는 엔요 전 제품에서 빨대를 제거했다. 지난달 12일 출시된 빨대를 제거한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는 소비자의 요구에 화답한 두 번째 사례인 셈이다. 이 제품은 현재 온라인 채널에서만 판매하며 소비자 반응과 판매 추이를 파악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이렇게 친환경에 먼저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매일유업이 중점적으로 진행해왔던 친환경 정책과도 추구하는 방향이 맞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남양유업에도 같은 취지의 손편지와 사용하지 않은 플라스틱 빨대들이 도착했고, 지난달 26일 빨대 없는 ‘맛있는우유GT 테트라팩’ 제품 출시로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편지를 보낸 소비자들을 초청해 지난해 6월 간담회를 진행했고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남양유업은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제품 출시뿐 아니라 쓰담쓰담, 서울새활용플라자와 손잡고 친환경 캠페인 ‘Save the earth’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폐소재를 활용해 제작한 ‘빨대반납함’을 설치한 것도 이 캠페인의 일환이다.

지난해 추석 스팸의 상징이었던 노란색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 선물세트의 등장은 소비자의 움직임이 회사의 변화에 힘을 실어준 사례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8월부터 노란 뚜껑을 제거한 스팸 제품의 안전성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유통과정 상 파손우려가 가장 적은 선물세트에 먼저 적용키로 결정하고 지난해 추석에 2종을 선보이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에 앞서 소비자들이 ‘스팸뚜껑을 반납하겠다’며 움직인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스팸뚜껑을 없애는 방향에 대해 결정은 했지만 소비자 반응을 예측할 수 없어 내부적으로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스팸뚜껑은 반납합니다’ 움직임으로 뚜껑을 없애도 괜찮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추석부터는 모든 스팸 선물세트를 뚜껑이 없는 제품으로 구성키로 했다.

이런 변화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쓰담쓰담 대표 클라블라우(활동명)는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친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소수였는데 지난해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친환경적인 변화들이 상당히 빠르게 이뤄졌다”며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갖는 힘이 크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기업을 상대로 친환경에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쓰담쓰담은 최근 한국야쿠르트에 이중 요구르트 뚜껑을 모아 반납하는 ‘요굴껑은 반납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야쿠르트의 대표 제품인 ‘윌’ 등에 내부 은박지 위에 플라스틱 뚜껑이 한 번 더 포장된 게 불필요하다며 개선을 요청한 것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소비자의 의견에 대해 관계부서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당장 개선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조금 비싸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데 공감한 소비자의 비율이 2019년 55.4%에서 지난해 58.8%로 증가했다. 의식 있는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친환경적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며 윈-윈하는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이 선제적으로 친환경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냄으로써 환경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환경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데서 매우 좋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된다고 봤다.

다만 기존 제품에서 빨대 등이 사라지면서 소비자가 느끼게 될 불편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특히 멸균우유 제품의 경우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뒤에는 곧바로 먹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겪게 될 이런 불편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 소재 빨대 등도 현재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불편들이 개선되면 향후 플라스틱 빨대가 없는 제품들이 더 다양한 채널에 입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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