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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코피티션

손병호 논설위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언론브리핑에서 미·중 관계와 관련해 “협력할 것도 있고 경쟁할 것도 있다”고 말했다. 협력할 과제로는 기후 위기 극복 방안을, 경쟁할 것은 무역을 꼽았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일변도 대중 정책에서 벗어나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른바 협력적 경쟁 관계인 코피티션(cooperation+competition) 전략이다. 이런 관계는 친구(friend)이자 동시에 적(enemy)이라는 의미의 프레너미(Frenemy)라는 말로도 불린다.

‘적과의 동침’은 우리 산업계에서도 한창 벌어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8일 네이버 본사를 찾아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기업은 온라인 쇼핑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여왔는데 이제 공생 관계로 돌아선 것이다. 그 전날에는 과거 앙숙이던 삼성과 현대차가 손을 잡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곧 출시될 현대차의 전기차에 삼성 디스플레이 제품을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대차 브랜드 차량을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의 유연한 외교 전략과 우리 기업들의 상생 노력을 정치권도 본받았으면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면 여야 간 협력이 필수적인데, 요즘 국회에서 그런 모습을 일절 찾아보기 어렵다.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하고 여야 영수 회담을 추진하겠다고 한 지 몇 달이나 지났지만 빈말에 그쳤다. 그런 만남이나 협력은커녕 막말을 주고받느라 여념이 없다. 여야가 지난주에는 ‘공업용 미싱’으로 한바탕 소동을 벌이더니, 금주에는 ‘후궁’ 발언으로 볼썽사납게 싸웠다. 정치권이 이제라도 막말의 정치, 대결의 정치에서 벗어나 협력적 경쟁 관계로 나서주길 바란다. 세상이 다 그렇게 달라지고 있는데, 정치만 계속 ‘꼰대’로 머물러 있을 순 없지 않은가. 기업들의 예상 밖 합종연횡 뉴스처럼 정치권도 ‘깜짝 협치’로 국민을 웃게 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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