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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포커스] 독일 통일의 참 교훈Ⅱ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독일 통일은 진보, 보수 정부 가리지 않고 동서독 화해·협력을 일관되게 지속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1월 4일 칼럼에서 강조했다. 국제정치와 통일비용 문제도 있다. 국제정치의 주요 개념인 세력 균형의 핵심은 강대국과 달리 약소국이 세력 균형을 깰 정도로 현재 상황을 변경하는 것은 강대국들의 동의를 받거나 최소한 반대를 막아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각한 현상 변경인 통일은 주변 강대국들을 고려해야 성공할 수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후 헬무트 콜 총리가 통일을 적극 모색하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를 막으려 했다. 19세기 보불전쟁 등 세 번의 비스마르크 전쟁을 통해 통일을 달성한 독일이 두 차례 세계대전까지 감행했으므로 독일 재통일은 유럽을 위태롭게 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 이후 서독 정부는 그간 지속적으로 전쟁범죄를 반성해 왔고 나토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원국으로서 평화애호 모범국 이미지를 쌓은 데다 공동번영을 향한 유럽연합(EU)을 주도해 주변국들의 평화통일 저지 명분을 지혜롭게 없앴다.

그럼에도 주변국들은 유럽 평화를 위해 통일독일은 나토 회원국이어야 함을 필요조건으로 걸었다. 38만 소련군의 동독 주둔을 활용한 것이다. 콜 총리와 한스 디트리히 겐셔 외무장관은 서독마르크의 3분의 1 가치였던 동독마르크를 1대 1로 바꿔주는 ‘퍼주기’를 통해 동독 주민들을 회유했고,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소련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설득해 결국 수십억 달러의 퍼주기 경제 지원, 핵과 화생방 무기 개발 포기, 소련군 철수 비용 부담 등을 약속하고 통일독일의 나토 가입을 허용받아 통일을 실현했다.

우리에게는 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를 막아야 가능함을 보여준다. 특히 한·미동맹이 반중, 반러 성격을 갖게 되면 통일은 매우 어려워진다. 또 미군이 휴전선 이북에 배치되지 않고 평화유지군의 성격을 가져야 양국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서독은 빌리 브란트 총리 이후 동서독 경협과 인도적 지원, 정치범 석방을 위해 진보와 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 지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을 꾸준히 지원했다. 서독 정부는 동서독은 특수관계여서 양독 간 거래는 물론이고 동독과 EU 간 무역에도 무관세를 적용하라고 설득했다. 20년 이상 경협을 지속하고 퍼주기 수준의 지원을 제공했는데도 통일 이후 매년 110조원 이상의 통일비용이 30년간 서독 지역에서 동독 지역으로 이전됐고 그 태반은 동독 주민의 삶이 가능하도록 생필품 지급, 수당 지급, 보험 보장, 경제 건설 지원에 쓰였다.

서독인과 비교해 30% 수준의 1인당 소득을 가졌던 동독인의 소득은 30년 후 80% 수준이 됐다. 우리는 통일 후 4% 수준에 불과한 북한 주민의 소득을 향상시켜야 한다. 더구나 서독은 4분의 1 인구의 동독을 지원했지만 남한은 2분의 1 인구의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 부담이 서독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우리는 평화통일을 달성해도 매년 80조원 이상의 통일비용을 30년 이상 북한 지역에 보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정부는 “통일은 도둑처럼 불시에 찾아온다”면서 정작 천문학적 재정 부담을 가져올 통일비용은 줄이지 못했다. 북한 경제를 살리면서 남한 기업도 이득을 보는 경협을 경시하고 오히려 개성공단을 닫았다. 그 결과 남북한 경제 격차는 커졌고 통일비용도 더 커졌다. 하루빨리 남북 경협을 재개해 북한 경제를 살리고 주민들의 소득 수준을 올리면서 한국 경제도 진흥하는 것이 통일비용을 줄이며 평화통일을 달성하는 현명한 방안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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