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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미나리’는 1인치 장벽 넘을까

한승주 논설위원


1978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나 남부 아칸소 시골 마을에서 자란 정이삭 감독. 그가 만든 자전적 영화 ‘미나리’가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온 한국 가족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2020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 등을 석권하고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에 꼽혔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배우 윤여정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후보 1위로 꼽았다.

제목 미나리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채소 이름에서 따왔다. 가족을 위해 농장을 시작한 아버지와 새로운 직장을 구하게 된 어머니를 대신해 어린 정 감독을 돌봐줄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왔다. 그때 할머니가 가져온 것이 미나리 씨앗이었다. 다른 채소보다 유독 잘 자라는 모습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다. 정 감독은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우리 가족과 닮았다”고 말한 바 있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라는 대사는 주인공들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이 영화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나리는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영화제 황금 카메라상 후보에 올랐던 한국계 미국인 정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가 제작을,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연이 주연을 맡아 미국에서 촬영됐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다음 달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로 분류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오르고 작품상에선 배제됐다. 한국어 대사가 절반을 넘는다는 이유인데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녕 영어를 사용해야만 미국 영화인 걸까.

지난해 골든글로브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1인치의 장벽’이 생각난다.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은 큰 울림을 줬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4월 25일 개최된다. 이때는 영화 미나리가 1인치의 장벽을 거뜬히 뛰어넘고,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수상의 기쁨을 누리길 기대한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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