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 붕괴 ‘주린이’들 어쩌나… 고점 기준 7~8% 손실

지난달 2976 마감… 초토화 장세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 배제 못해
‘게임스톱’발 불안감 외인 매도세


코스피가 안전판으로 여겨지던 3000선을 깨고 내려가며 날카로운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주식투자를 해온 이들은 급등장에서 번 수익을 일부 반납하는 정도지만 최근 발을 들인 투자자는 상당수가 초장부터 투자금을 까먹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내년까지 꾸준히 상승하리라는 관점을 유지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현금비중 확보 등 자금관리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

코스피는 지난 29일 3.03%(92.84) 하락한 2976.21로 마감하며 3000선 아래로 이탈했다. 올 들어 4거래일 만인 지난 7일 3021.68로 사상 처음 3000선에 안착한 지 16일 거래일 만이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전 업종이 하락했다. 피할 곳이 없었을 만큼 초토화 장세였다.

하락폭은 101.48(4.76%) 급락한 지난해 6월 15일 이후 가장 깊다. 하락률로는 조정 장세 초입이던 지난해 8월 20일(-3.66%)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난해 8월 14일 시작된 조정은 10월 30일까지 두 달 넘게 지속됐다. 8월 13일 장중 고가였던 2458.17을 다시 돌파한 시점은 11월 9일이다. 코스피 기준으로 고점에 주식을 사서 계속 보유한 사람이라면 원금을 건질 때까지 석 달가량 걸렸다는 얘기다.

이번 조정은 지난해보다 가파른 모습이다. 29일 코스피는 지난 25일 종가 3208.99 대비 7.25%, 장중 고점인 지난 11일 3266.23 대비 8.88% 하락했다. 지난해 8~10월 조정 당시 하락 구간에서 고점 대비 저점은 깊어야 6~7% 수준이었다. 4거래일 만에 7% 넘게 빠진 적도 없었다.

지난 8일 이후 코스피 3000은 급등락을 보인 장중에도 깬 적이 없을 정도로 시장이 치열하게 지켜온 지지선이다. 이를 이탈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추가 하락을 배제하기 어렵다. 증권가는 일단 2800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놓는 분위기다. 다만 거시경제 흐름에 변화가 없는 만큼 지수가 낮아질수록 고평가 부담을 덜어 반등 여력도 커진다고 본다.

최근 시장 분위기가 급변한 데는 외국인 수급 악화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26일부터 29일까지 4거래일 연속 강한 매도세를 이어가며 누적 5조6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급락장 이후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판 적이 없다. 외국인 순매도는 지수 하락폭이 가장 가팔랐던 지난해 3월 16~19일(2조8000억원)에도 3조원을 넘기지 않았다. 4거래일 기준으로 그나마 많이 판 게 3월 9~12일로 3조9000억원이다.

외국인 투자심리 악화는 미국 3대 주가지수 흐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다우, S&P500, 나스닥은 각각 2.0%, 1.9%, 2.0% 급락하며 모두 약 3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3만선이 깨졌다. 지난주 일주일간 다우(-3.3%) S&P500(-3.3%) 나스닥(-3.5%) 모두 3% 넘게 하락했다.

KB증권은 “미국 ‘게임스톱’발 불안감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시장에서는 게임스톱 주가를 둘러싼 개인과 공매도 기관 간 공방 속에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주식 투자 비중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DB금융투자 강현기 연구원은 31일 ‘미스터 마켓의 출렁임에 대한 소견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금 PER(주가수익률)이 역사적 최고점에 있을지라도 산업 구조의 변화로 비싸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언제나 일정한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하는 사건)가 나타날 경우 차익실현의 욕구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과정에서 어느새 1120원선까지 올라온 원·달러 환율의 상승 반전은 외국인 매도세를 강화시켜 코스피 하락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29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21.5원까지 상승했다가 장 마감을 앞두고 하락, 전일보다 0.8원 내린 1118.8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는 2월 초 예정된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고용지표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월 대비 개선세를 보이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변동성 확대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승장에서 하락장으로 바뀌는 추세 전환이 아니라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을 덜어내는 조정 구간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올해와 내년 기업 실적 추정치가 높아지는 데다 주요 주가지수 기대수익률이 국채 금리보다 높은 상태인 만큼 중장기 추세가 무너질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 등은 월간 전략 보고서에서 “2월은 ‘선반영된 기대감’과 ‘실제 실현 가능성’의 사이에서 공백기가 나타나는 시기”라며 “백신이나 경기 재개 기대감도 현실과의 괴리를 좁힌 후 다시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는 재도약 여력을 회복할 때까지 일정 구간을 오르내리는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장에서는 현금 비중을 늘려 주가 하락 시 손실을 줄이고 저가 매수로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만 초보자는 매매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만큼 수익 극대화보다는 손실 위험 축소에 무게를 둬야 한다.

강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한동안 박스권의 형태로 접어들 수 있다”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 주식시장의 박스권, 스타일 갈림(성장주냐, 경기민감주냐)의 강화 등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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