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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진, 꼭 기억해야 할 ‘알·감·기’

박광석 기상청장


“신 로키(Loki)가 땅속에 갇혀 있다가 몸부림칠 때마다 지진이 발생한다.” 노르웨이의 전설이다. 땅속에 응축된 힘이 방출될 때 지진이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옛 인류의 통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연초부터 몽골, 인도네시아 등에서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지구촌을 놀라게 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강진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지각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언제 어디서든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은 2016년 경주와 2017년 포항의 두 차례 큰 지진으로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후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지진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거안사위(居安思危)’를 떠올려야 한다. 편안하게 지낼 때 위태로움을 생각해야만 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은 지진조기경보체제가 시행된 지 6년째 되는 날이었다. 2015년 1월 기상청에서는 10분 이상 걸리던 지진통보 시간을 초 단위로 단축하기 위해 지진조기경보제도를 시작했다. 규모 5.0 이상의 지진에 대해 50초 이내 통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2016년 9·12 지진 당시에는 지진 관측 후 27초 만에 지진조기경보를 발표했다. 이후 지진분석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현재는 7~25초 이내로 통보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진조기경보 발령, 지진재난문자 전송, TV자막방송,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지진 발생 사실을 국민에게 신속히 전달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본 도쿄대학생산기술연구소의 ‘지진 피해 경감 예측자료’에 따르면 지진의 흔들림이 도착하기 전에 20초 정도의 대피 여유 시간이 있다면 약 95%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고, 5초 정도의 여유만 있어도 책상 아래 등 근거리로 대피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골든타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이런 노력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매년 실시하는 대국민 지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지진이 발생했을 때 행동요령을 여전히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청에서는 ‘알감기’라는 단어로 행동요령을 압축해 전달하고 있다. 알감기는 ‘알리고, 감싸고, 기다려라’다. 지진 진동 지속시간은 수초에서 길어야 1분 내외이므로 그 사이 신체 보호가 최우선이다. 지진재난문자를 받거나 지진으로 인해 흔들림을 느꼈을 경우 무조건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지진 발생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머리를 감싸고, 우선 기다려야 한다. 이는 미국에서 “DROP! COVER! HOLD ON!”이라는 말로 몸을 낮춰 몸과 머리를 보호하고, 진동이 멈출 때까지 움직이지 말고, 지탱할 수 있는 물체를 꽉 잡아 기다리라고 안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정부와 개개인의 노력이 하나가 된다면 만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진, 바로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박광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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