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한마당]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

김의구 논설위원


경수로 건설 사업은 1995년 시작돼 2006년 중단된 대북 에너지 지원 사업이다. 북한이 핵 개발을 동결 및 포기하는 대가로 함남 금호 지구에 경수로 2기를 건설해 준다는 내용이다. 이 사업은 94년 10월 북한과 미국 간에 제네바 기본 합의가 이뤄지며 시작됐다. 북한은 80년 영변에 원자로를 건설한 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지만 미국과 관계 개선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93년 3월 돌연 NPT 탈퇴를 선언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방북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북·미는 어렵게 합의문에 서명했다. 영변 핵 시설들을 경수로 발전소로 교체하고 국제사회는 손실 보상 차원에서 대체에너지를 제공한다는 게 골자였다. 합의에 따라 사업을 맡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설립돼 현장 기초 공사가 시작됐고, 연간 50만t의 중유가 북한에 공급됐다.

그러나 2002년 10월 방북한 미국 특사 제임스 켈리가 고농축우라늄 의혹을 제기하면서 2차 위기가 찾아왔다. 중유 공급이 중단되자 북한은 NPT를 탈퇴했다. 3년가량의 협상 끝에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고 NPT에 복귀하면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키로 했다. 하지만 북한이 합의 이행에 불만을 표시하며 폐연료봉 재처리를 발표하면서 경수로 사업은 2006년 5월 31일 공식 종료됐다.

당초 북에 원전을 제공키로 한 것은 핵 개발 명분으로 만성적 전력난을 내세우며 보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2006년 10월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하고 핵 억지력 확대를 공식화하면서 원전 지원 문제는 핵심에서 밀려났다. 그런데 이 문제가 15년 만에 다시 핫이슈로 부상했다. 월성원전 1호기 감사 직전 산업통상자원부가 삭제한 문건에 북 원전 건설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엄중한데 한물간 문제투성이 레퍼토리가 재등장한 게 의아스럽다. 북한 경제난 해소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같은 발전소 지원을 검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해당 파일을 굳이 삭제해야 했는지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의구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