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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 늦었지만 탄핵 열차는 달려야 한다


사법농단 판사들 줄줄이 무죄… 기계론적 법리로 면죄부 재판
책임 물을 건 국회의 탄핵소추… 1년 동안 방치하다 어제 발의
법원이 재판 개입 위헌성 인정했으니 헌재에 한가닥 희망
헌재도 역사적 책무 다해 사법 정의와 헌정 질서 바로 세우길

꼭 1년 전이다. ‘판사들의 현대판 소도가 돼버린 법원’이란 칼럼을 썼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판사들에게 줄줄이 무죄를 선고한 법원을 비판하는 글이었다. 이현령비현령식 셀프 재판, 면죄부 법리 구성 등을 지적하며 사법부의 민낯을 개탄했다. 한 가지 소득이 있다면 재판 개입의 위헌성은 법원이 자인했으니 헌법 유린 판사들에 대해 탄핵소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그 후 1년 동안 국회는 사태를 방치했다. 검찰이 사건 전모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게 2019년 2월이니 그로부터는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연루 판사들은 재판 현장으로 돌아왔거나 하나둘 법원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 중이다.

좌고우면하던 여당이 이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법원조차 ‘위헌적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에 나섰다. 1일 의결정족수를 넘긴 범여권 의원 161명의 공동 발의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법원이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으니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이행하는 게 맞는다.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마저 탄핵소추가 검토돼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지 않았던가. 4일쯤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리에 들어간다.

야당은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반발한다. 최근 법원이 범여권에 불리한 판결을 잇달아 내놓자 보복성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진작 정공법을 택했으면 됐을 터인데 여당 지도부가 지지층에 떠밀려 결단을 내렸으니 이런 비판은 감내해야 할 듯하다. 그렇지만 야당에도 묻고 싶다. 지금 문재인 정권이 법원과 결탁해 여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판결 내용을 주무른 사실이 공개된다면 야당은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해당 판사를 수수방관할 것인지 말이다.

탄핵 대상인 임 판사 사건은 대표적인 재판 거래 사례다. 상고법원 설립을 추진하던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권의 의중을 좇아 각종 재판에 관여했고 여기서 파생된 게 이 사건이다. 임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재직 때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기자의 재판에 개입한 장본인이다. 행정처 지시를 받은 그는 담당 재판장을 불러 ‘국격’을 운운하며 ‘허위 기사’임을 명확히 밝히고 피고인을 ‘훈계’하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미리 판결 요약본을 보고받고 수정까지 했다. 이 사건에는 행정처 차장과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비서관 등이 등장한다.

이는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관계다. 판결문은 108쪽에 달한다. 재판 개입은 명백하다. 한데 형사수석부장은 재판 업무에 관여할 직무 권한이 없어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판결문을 통해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 진행에 간섭하는 재판 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네 차례나 적시했다. 무죄 선고는 기계론적 법리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중대한 헌법 위반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사회의 다양화에 따라 사법권 독립의 개념은 확대됐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언급한다. “나아가 법관의 독립은 사법부 내부의 영향, 즉 ‘동료 법관으로부터의 독립’과 ‘사법부가 가지는 최소한의 조직적 영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개념까지 포함한다.” 사법부 구성원, 특히 행정처 고위 간부들이 유념해야 할 의미심장한 말이다.

무죄 추정 원칙 때문에 탄핵 절차를 밟지 못하는 건 아니다. 헌재의 대통령 박근혜 파면도 법원의 유무죄 판단을 받아보지 않은 상태, 즉 검찰이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일 때 이뤄졌다. 임 판사가 2월 말 임기 만료라서 탄핵의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리 중에 퇴직하면 각하할 것이라는 예상도 한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근혜 파면 때는 그 방대한 자료에도 헌재가 3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시간이 부족하지만 사안이 복잡하지 않은 이번 사건 같은 경우 헌재가 의지만 있다면 집중심리를 통해 조기에 끝낼 수도 있다.

게다가 법관 탄핵소추안의 헌재 심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그렇기에 당사자 퇴직 여부에 상관없이, 초유의 중차대한 사건을 맞아 모범 답안이나 기준안을 세워놓을 책무가 헌재에 있다. 늦었지만 역사적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도 탄핵 열차는 달려야 한다. 사법 정의와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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