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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택배산업, 성장통 이겨내자

손명수 국토교통부 제2차관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은 뼈의 성장 속도와 근육·힘줄의 성장 속도가 서로 달라 ‘성장통’을 앓는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외형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에 노동 구조, 사회·문화 환경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장통을 겪는다. 통증을 이겨내야만 다음 단계로 도약해 지속 성장할 수 있다.

택배산업은 1992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연간 배송 물량만 봐도 2000년 1억개를 넘어선 뒤 지난해 33억개를 돌파하며 20년 사이 33배나 증가했다. 가파른 성장 속에 택배산업 여기저기서 통증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택배산업이 겪고 있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성장통은 아니다. 종사자, 사업자, 국회,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치유해야 한다.

택배는 지난해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약 63회, 모든 국민이 매주 한 번 이상 이용한 보편적 서비스가 됐다. 그러나 택배산업의 근거법 역할을 했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택배’라는 명칭 자체가 없었다. 시행규칙에 ‘화물을 집화·분류·배송하는 형태의 운송사업’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5G 속도로 실시간으로 발전하는 물류·유통산업 트렌드에 걸맞은 새로운 법과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종사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문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지난해에만 택배 종사자 16명의 안타까운 사망 사고가 있었다. 근로자가 아닌 ‘1인 사업자’ 성격을 갖는 택배 종사자에게 아직 적정 작업 기준이란 없다. 그저 자신에게 할당된 물량을 그날 모두 배송할 뿐이다. 다행히 지난달 8일 열악한 택배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기에 더해 택배 종사자의 기본 작업 범위를 집화·배송으로 하고, 과로를 방지할 수 있는 적정 작업 조건을 규정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합의도 이뤄졌다.

그러나 법 제정과 사회적 합의문에도 현장의 혼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7월 27일부터 시행될 생활물류법이 택배·소화물 배송으로 대표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의 근거법이자 모법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 내용과 정신을 생활물류법 하위법령, 표준계약서에 착실히 담아내는 것은 기본이다. 표준계약서를 통해 종사자의 적정한 작업 조건을 정하고, 공정한 계약 관계를 확립해 나갈 것이다. 택배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근거가 마련된 만큼 물류 인프라 용지를 확보하고, 자동화 설비 고도화도 도울 계획이다.

28년간 형성된 산업 관행과 구조를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생활물류법이라는 틀 내에서 사회적 합의기구 논의 절차를 거쳐 하나하나 개선해야 한다. 택배산업의 성장통 극복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택배산업 당사자들의 상호 이해와 신뢰,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손명수 국토교통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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