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논설위원의 이슈&톡

“계파·조직 없지만… 야생마 같은 열정·용기로 대선 승부”

[논설위원의 이슈&톡] 박용진 민주당 의원 인터뷰

‘불공정 해결사’로 불리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국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의원 사무실에는 2000년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당시의 선거 포스터가 걸려 있는데, 그때 슬로건이 ‘세상 똑바로 잡기’였다. 권현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이 최근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공정 의제를 가장 열심히 제기해온 정치인이다. 그는 2년 전 ‘유치원 3법’ 개정을 끌어낸 것을 비롯해 현대차 리콜 문제, 재벌 개혁과 대기업 과세 등의 이슈를 주도했고, 최근에는 주식 공매도 제도의 불공정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국회 주변에서는 박 의원이 서울시장을 하면 참 잘할 것이란 얘기가 많았지만 그는 예상과 달리 대선행을 택했다.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대선의 길이 두렵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그는 “겁도 나고 그런 결심을 한 게 후회도 됐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연설문을 읽고선 용기가 충만해졌다”고 말했다.

-무슨 연설문인가.

“지난해 대선 출마 결심을 하고 봉하마을에 갔다가 고교(서울 신일고) 선배인 배우 명계남씨를 만났다. 대선 나간다고 했더니 ‘평소 친문한테 잘하지도 못했으면서 대선은 무슨 대선이냐’고 핀잔을 주더니 슬그머니 노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손에 쥐여주더라. 2001년 12월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연설이다. 나처럼 계파도 없고 심지어 출입기자들이 기사도 안 써주던 때 했던 연설이다. 비록 손 비비면서 정치를 하지 않아 세가 약하지만 국민이 지금까지 걸어온 자신의 정치 궤적을 살펴보고, 대통령이 됐을 때 진짜 약속한 일들을 해낼 만한 인물인지를 평가해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다.”

-출마 결심은 언제 했나.

“이미 2년 전부터 생각했던 일이고 지난해 초에 최종 결심했다. 처음에는 겁도 나고, 주변에서도 말리더라. 내가 결심을 하고 나서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면 후회되기도 하고, 내 결심이 나를 옥죄어오기도 하더라. 든든한 백도 없고, 계파도 없고, 조직도 없고 누가 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내 계획과 비전을 갖고 국민한테 이런 나라를 만들어가겠다고 하는 변화에 대한 열정과 용기를 보여주다 보면 상황이 달라지리라 본다. 대선행을 몸값 키우기 차원이라거나, 차차기를 염두에 둔 연습 아니냐고도 하는데 그건 오산이다. 앞으로 남은 1년1개월을 보면 그게 아니란 걸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뭐라 하던가.

“민주당 의원 80명 정도를 만났는데 대부분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고 격려하더라. 그중 어떤 586 선배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선배는 ‘정치는 머릿수로 하는 게 아니다. 계파 없다고 기죽지 마라. 꼰대 선배들이 왜 벌써 나서냐고 말릴지 모르지만 너도 이미 늦었으니 신경 쓰지 마라(그는 다음 달에 만 50세가 된다). 지도자란 남에게 울림을 줘야 하는데, 넌 이미 나를 떨리게 하고 있다’고 하더라.”

-당내 기존 주자들에 비해 뭐가 장점인가.

“젊은 개혁 정치인이라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한국사회의 변화에 용기 있게 도전할 자세가 돼 있다. 경제 문제에 밝고, 공정 문제에 맞서 왔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정규군에 맞서 이긴 유격대들의 공통점은 빠른 속도였다. 박용진이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더 좋은 사회를 위한 과감한 제안과 속도감 있는 실행 능력이다. 난 정치를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해왔다. 기득권 세력에 길들여지지 않았기에 어느 누구의 로비도 안 받고 특정 세력의 눈치도 안 보고 뭐든지 할 수 있다.”

-대통령이 돼서 뭘 하고 싶나.

“코로나로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대가 왔다. 과거에도 충격적인 사건들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한국전쟁,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이다. 그런데 그 충격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전부 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격차사회를 심화시키는 방식이었다.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위기에 잘 적응한 쪽만 호황을 누리고 나머지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리더가 되고 싶다.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고 싶다.”

-구체적인 방안은.

“미국과 스웨덴이 대공황과 2차 대전의 후유증을 극복해가면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변모했다. 그게 다 과감한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책 덕분이었다. 그런데 코로나에 맞서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너무 짠돌이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찔끔찔끔 돈을 쓰면 결국 기존 질서의 강자들만 살아남는다. 코로나 시대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게 하려면 과감한 재정투자와 특히 사회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어 껄끄러운 사안인 노동 개혁이나 좀비기업(한계기업) 정리 등의 산업구조 개편도 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정치는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대통령이 되면 3가지를 꼭 하고 싶다. 우선 중요한 현안이 생기면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나와 설명하고 의원들과 일문일답도 하겠다. 두 번째는 야당 정치인들을 수시로 청와대에 초청해 어묵 국물에 소주도 한잔하고 그러겠다. 그럼 정치가 확 달라질 것이다. 언론·국민과의 소통도 정말 열심히 하겠다. 난 기자란 물어보거나, 물어뜯거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물어뜯더라도 자주 만나겠다.”

-대통령이 돼서 우선 바로잡고 싶은 불공정 분야가 있다면.

“여전히 많지만 그중에서도 교육과 기회의 불공정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 20년간 격차가 계속 심해져온 분야가 교육이다. 특히 특정 직업군의 자녀, 특정 지역 부모의 자녀, 자산이 많은 집의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 간에 교육이나 기회의 격차가 너무 크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그게 더 심해지고 있다. 그러려면 교육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 근대가 만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맞춘 교육시스템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고 혁신과 창업을 통해 다양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구속 뒤 재벌이 새 출발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형량 논란이 있지만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이 나온 것만으로도 한국 사회의 새로운 기준이 세워졌다고 본다. 재벌 총수들의 사익을 위해 기업의 돈과 조직이 동원되는 일이 없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벌써부터 나오는 이 부회장 사면론은 부적절하다. 삼성도 새 출발 해야겠지만, 이 부회장 본인도 새 출발 했으면 한다. 특히 죄에 대한 처벌을 달게 받는 것으로 새 출발 하면 좋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 장례식장 갔을 때 홍라희 여사는 뭐라 하던가.

“말을 그대로 옮기지 않겠지만, 나한테 다가와 이 부회장 걱정하는 얘기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엄마들 마음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전에 감옥에 갇혔을 때 우리 어머니가 면회를 와서는 교도관한테 ‘우리 아들 잘 부탁한다’고 신신당부하던데 홍 여사한테 그런 우리 어머니 모습이 보이더라.”

-부동산 문제로 계속 시끄럽다.

“지금 부동산 문제는 공급의 문제다. 정부가 강남3구 아파트값 잡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선 안 된다. 시장의 반응과 신호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 반응과 신호를 좋은 정책을 만드는데 유용하게 쓰면 되는데, 그걸 누르려고만 하니 계속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은 곳은 도심이고, 그것도 직장이 가까운 곳에 있는 아파트다. 아파트 중에서도 새 아파트다. 이런 아파트들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 그래서 도심에 용적률을 높여서라도 공급을 늘리고, 동시에 공공임대 아파트 비율도 높여야 한다. 얼마 전에 이런 얘기를 SNS에 올렸더니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본인 생각과 같다고 고맙다고 하더라.”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어떻게 보나.

“(박 의원은 김 전 대표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만감이 교차했다. 충격이었다. 그날 집에 가서 울었다. 장혜영 의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프고 힘들어도 그 용기가 세상을 바꾸는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용기를 내는 만큼 세상이 변한다. 용기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은 용기가 많이 부족한 당이다. 공정거래 3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약화돼 통과된 것도 세상을 바꾸려는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 요즘은 당에 대한 쓴소리가 뜸해졌다.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하겠다는 것은 그대로다. 박수받으려고 소신을 접거나, 욕먹는 게 싫어서 생각을 숨길 생각은 전혀 없다. 여전히 ‘내로남불’ 정치나 특정 진영의 논리에 얽매여 정치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 의원에게 왜 요즘 공매도 얘기를 많이 하게 됐냐고 했더니 그는 ‘요즘’이 아니라고 했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이미 초선 의원 시절인 2016년부터 공매도에 문제가 많으니 관련법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해왔는데 이제야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게 박 의원이 해온 정치일 테다. 그렇게 혼자, 당 안팎에서 저항에 부딪히고 비판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소리쳐 오던 공정과 정의에 대한 의제들이 시간이 지나 뒤늦게 하나둘씩 박 의원이 말한 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말한 것을 끈질기게 제도 개혁으로 이뤄냈던 그인데, 진짜 대통령이 돼 세상을 바꿔낼 수 있을까. 결과야 알 수 없지만, 하나 분명한 건 여당의 대선 경선전이 엄청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프로필
1971년 3월, 전북 장수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민주노동당 대변인
진보신당 부대표
민주통합당 대변인
20대, 21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

[논설위원의 이슈&]
“여의도 바뀌어야… ‘격투기 정치’ 아닌 ‘기록경기 정치’를”
“CCTV로 회계관리 기록… 전자결제로 성금 1원도 허투루 안써”
“도심 주택공급 위해 재개발 혜택 공적 환수 적정선 찾아야”
“과잉저축·통화 완화 겹쳐 자산 버블… 하반기 반작용 올 것”
“팬데믹 시대 韓·日·中 공조 더욱 절실… 코로나 정보공유 필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