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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한반도 교착국면과 위험성

박종철 (경상대 교수·사회교육과)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2년간 한반도 교착 국면이 심화돼 왔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유예, 한국과 미국은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 유예라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구조와 환경은 악순환되고 있다. 북한은 핵농축과 핵탄두 능력을 증가시키고, 운반수단을 다양화하며 고도화시키고 있다. 한·미는 첨단 무기의 대규모 반입과 지휘소 연합훈련은 지속한다. 미·중·러 등 핵 강국들은 한반도 주변에 핵무기, 탄도미사일탑재 핵잠수함,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배치하고 있다. 상호확증파괴(MAD)를 넘어 주요 도시와 군대가 전멸할 수준의 핵 전략을 강화한다. 남·북·일도 다양한 공격 무기를 무질서하게 증강시키고 있다. 아슬아슬한 군비 경쟁이다. 핵군비 통제의 고삐가 풀려 냉전 시기 핵 공포가 재연되고 있고, 미·중 전략 경쟁도 체제와 가치 투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질서에 대한 기본 인식은 중국 포위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거칠게 반격하고 있다.

2021년 한반도 안보 환경을 둘러싼 글로벌 질서만 아니라 각국 정치도 상당히 암울하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외교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코로나19, 양적완화와 경제 회복, 외교안보 관료의 강경한 태도도 대화 재개 조건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을 협상 상대방에게 유연하게 제시할 경우 국내 정치에서 위기에 빠지는 경우를 역사적 교훈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협상 전략과 무관하게 국내 질서 회복과 통합을 위해 단기적으로 대외 관계에서 강경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북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강대강, 선대선의 협상 원칙을 기반으로 조건부 협상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 대화 재개 조건이 ‘강경해졌다’와 ‘유연해졌다’로 의견이 나뉜다. 다수의 연구자들이 경제학적 혹은 보건 방역 관점에서 삼중고 위기를 겪는 김정은 정권이 북·미 대화를 통해 제재 완화를 시도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경제학에 기반한 희망적 추측일 뿐 협상전략 신호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국내 통합과 핵 기술 고도화를 위한 시간벌기를 위해 당분간 좀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역시 하노이 결렬에 따른 자존심을 회복하는 수준에서 상대방이 선제적으로 적대 조치를 철회해야만 대화 재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핵을 가진 불량국가이며, 경제적으로 그럭저럭 버티는 자력갱생 노선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대응한 냉전 시대와 같은 동맹 강화 전략은 북한에 대한 압박보다는 북한의 국내 통합과 안전보장에 도움이 되는 역설이 작동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및 미·일 동맹 강화와 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하는 외교 전략에 관련해 북·중 동맹과 북·중·러 전략적 협력이 대칭적으로 강화되는 셈이다. 실제 2020년 10월 항미원조 70주년에 이어 2021년 7월 북·중 동맹 60주년을 둘러싸고 대규모 기념과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올 상반기 북·미 사이에 전략적 눈치보기와 샅바싸움으로 대화 재개를 하지 못하면 남북 간 협상은 요원해진다. 하반기 한국 정치가 대권 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협상 재개가 차기 정권으로 미뤄지게 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차기 정권이 마주할 미래는 더욱 고도화된 핵을 가진 협상 대상이며, 화해의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지게 된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사회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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