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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구절벽 대응,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이철우 경북지사


지난해 우리나라 총 인구가 사상 처음 감소했다. 2028년부터 줄어들 것이라던 당초 예측은 훨씬 더 빨리 무너졌다. 심지어 합계출산율은 0.84명, 서울은 0.64명이다(3분기 기준). 10년 전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우리나라를 인구소멸 국가 1호로 지목했는데 정말로 대한민국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축소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경상북도는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가 2016년에 시작됐고 10년간 15만명의 청년이 떠났다. 필자는 도지사에 부임해 청년들을 잡아보려고 기업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호소하고 일자리를 만들었다. 소멸 위험 1위 의성군에 일자리·문화·복지 융합 ‘청년 시범마을’도 조성했다. 성과도 있었지만 저출산과 청년 유출의 큰 흐름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었다. 수도권으로 간 청년들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도 않다. 살아가는 고통을 물려주기 싫어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겠다는 청춘의 심정은 오죽하겠나. 그들을 탓할 수도 없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우선 강력한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프랑스처럼 각 지방을 500만명 인구 규모로 통합하고 과감한 자치권을 부여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게 해야 한다. 최근 대구·경북이 행정을 통합하려는 시도는 지역이 가진 잠재력을 모두 모아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기 위함이다. 청년들에게 기회의 땅을 만들어주기 위해 행정에서부터 제 살을 베는 혁신을 하자는 것이다.

부산·울산·경남이나 광주·전남도 같은 생각이다. 수도권에 몰린 대학과 방송사 등 주요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실질적 정책도 뒤따라야 한다. 과학기술 연구기관을 각 시·도로 분산해 지방마다 산·학·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혁신 체계를 갖추자는 주장도 주목할 만하다. 청년이 어디에 살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 청년들에게 기존의 사회질서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에 맞추는 게 아니라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청년에게 맞춰져야 한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는 예전의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모두가 공정하게 노력하고 대우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일·가정 양립’보다 더 진보적인 이야기지만 요즘 청년세대의 사고방식으로는 이게 당연한 일이다.

보육과 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합의를 도출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스웨덴이나 프랑스같이 저출산을 극복한 나라들이 보육시설을 국가적 차원에서 확충 운영한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또 집단주의를 지양하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편안하게 느끼는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 혼인이나 가족 관련 제도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의 결혼 기피, 출산 기피 현상을 자연스럽게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세 번째, 이러한 대전환을 기획할 사회적 합의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83년부터 출산율이 인구 유지선인 2.1명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1995년도까지 산아제한 정책을 계속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100조원 넘는 돈을 저출산 문제에 쏟아붓고도 작금의 출산율은 0.84명이다.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고서야 쓰디쓴 교훈을 곱씹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저출산 문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수도권·지방의 양극화와 청년 이동에 대해 전체 사회가 손 놓고 있는 것은 1980, 90년대 출산율 저하를 방치했던 패착에 비견할 수 있다. 청년이 미래라고 치켜세우면서도 그들에 대한 환심성 지원책들만 난무할 뿐 사회의 주류로 인정하고 자리를 내주는 데는 여전히 인색하다. 조속히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들어 과감한 전략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저출산 문제의 사회적 회복력을 구축하고 더 큰 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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