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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민은요?…” 역점사업 하겠다는 교육부에 쏟아진 질문

[이도경의 에듀 서치] ‘인턴 조민’에 발목잡힌 백년대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의사 자격을 놓고 교육부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조씨가 서울 한일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부가 참으로 난감해졌습니다. 교육부는 최근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담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문재인정부가 2025년까지 무려 18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역점 사업이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 사업을 국민에게 알린다고 직접 팔을 걷어붙였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럼 조민씨는 어찌 되나요?’란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관심도가 높으니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죠. 인턴에 합격했으니 이제 더 하겠죠. 유 부총리가 “법률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언급만 해도 미래교육 얘기는 쑥 들어가고 조씨 관련 기사만 쏟아집니다. 문재인정부 핵심 사업이 ‘조민 의사 만들기’에 발목 잡힌 형국이랄까요.

교육부, 끙끙 앓고 있습니다. 속사정 한번 살펴보죠. 이른바 ‘조국 사태’ 등으로 대입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정부·여당은 2019년 말 고등교육법을 수정합니다. “대학의 장은 위조 또는 변조 등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입학의 허가를 취소하여야 한다”란 새 조항을 넣습니다.

그리고 교육부는 지난해 3월 ‘입학전형에 위조 또는 변조 등 거짓 자료를 제출한 경우’ 등 구체적인 부정행위를 규정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발표하고 석 달 뒤 시행합니다. 법에 ‘하여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대학의 장에게 법적 의무를 부과한 것이죠.

대학만의 일이 아닙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법을 준수하도록 지도·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조씨가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할 때 사용한 이른바 ‘7대 스펙’은 법원에서 모두 가짜로 판명 났죠. 교육부가 당장 조씨의 입학을 취소하도록 두 대학에 이행명령을 내려야 정상입니다. 하다못해 입학 취소 권고라도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죠.

교육부가 이행명령을 내리면 어떻게 될까요. 법에는 ‘대학의 장이 허위라고 판단할 경우’ 입학 취소토록 했습니다. 다만 대학의 장이 허위라고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은 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대학이 자체 조사를 했을 경우, 교육부가 조사했을 경우, 수사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을 경우 혹은 기소했을 경우, 법원 1심 판결, 2심 판결, 3심 판결 등 어느 수준에서 허위라고 판단할지는 대학 총장의 몫입니다. 교육부가 이행명령을 하더라도 대학 총장이 욕먹을 각오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본다”며 버틸 수 있죠.

입학 취소 권고는 어떤가요. 교육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곤혹스러울 겁니다. 교육부가 대학들에 조씨 입학 취소를 권고하고 대학들이 따랐을 때를 더 우려하겠죠. 대학들이 교육부 권고를 명분으로 입학을 취소해 조씨가 의사 자격을 잃으면 조 전 장관 열성 지지자들의 화살이 어디로 쏟아질까요. 권고를 이행한 대학일까요 아니면 교육부일까요. 대학들은 권고든 이행명령이든 교육부가 먼저 움직여주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교육부는 그 반대죠.

교육부와 대학들이 부정 입학을 파악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준 예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조씨가 고려대 들어갈 때 활용한 의학논문 1저자 관련 실적의 경우 비슷한 짓을 했다가 들킨 교수 자녀들은 교육부·대학 조사 뒤 가차 없이 입학 취소 처분을 당해야 했습니다. 교육부는 한진그룹 일가 갑질 파문 당시 20년 전 입학서류까지 탈탈 털어 조원태 사장의 입학 취소를 통보하는 기민함을 보이기도 했죠.

그래서 조씨 인턴 합격 소식이 거북할 겁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보겠다는 자체가 코미디죠. 상식적으로 대학들도 학생·동문에게 얼마나 부끄럽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올해 부산대 의과대학에 정시모집으로 들어가려면 국어·수학·탐구 백분위 300점 기준 293점은 돼야 한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전언입니다. 영역별로 1개 문항 이상 틀리면 받기 어려운 접수라네요.

교육부가 밀고 있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구상,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좁은 교실을 벗어나 지역사회, 온라인으로 학습 공간을 확장해 공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향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건물만 뜯어고치는 과거 시설 개선 사업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고교학점제와 미래형 교육과정, 대입 제도 구상까지 담고 있으니 어찌 이행될지 지켜볼 만합니다.

하지만 신뢰 없이는 사상누각이죠. 학생·학부모는 물론 일반 대중도 신뢰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학종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누더기가 됐죠. 학종을 너무 급히 도입해 학종도 망가졌고 공교육의 신뢰도 흔들렸다는 교육부 직원들의 후회 섞인 고백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구상의 핵심 중 하나인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려면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수능의 힘을 빼야 하며, 대입에선 학종 방식이 주류를 이뤄야 할 겁니다. 입시 전반에 대한 학생·학부모 신뢰 회복이 이 사업의 1번 과제라고 볼 수 있겠죠.

‘힘 있으면 특별 대우를 받는다.’ 조 전 장관 일가 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혜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죠. 교육부와 교육청, 대학, 고교같이 입시에 관여하는 이들이 ‘힘 있는 자’들을 대하는 태도, 이런 태도를 지켜보는 학생·학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조씨에 대한 처분이 미뤄지는 하루하루 신뢰 회복의 길도 그만큼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교육부에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조민씨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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