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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예술생태공원, 신안 섬의 미래

조은정 (목포대 교수·미술학과)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이 미술관은 지역 경제를 이끄는 최고의 문화 상품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막상 현장을 둘러보면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린 다른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역 미술관들의 새로운 가능성과 지향점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단순히 미술작품 감상 활동이 일어나는 장소로서의 미술관을 넘어 지역 주민들이 교류, 소통, 휴식하는 장소로서의 미술관으로 그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남 신안군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1도 1뮤지엄 프로젝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사업은 군내 섬들에 24개 박물관·미술관들을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규모 야외 조각 공원을 갖춘 현대 미술관으로부터 노후화된 마을회관과 폐교를 활용한 작은 미술관, 지역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에 기반을 둔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성격이 다양하다. 특히 하나의 대형 미술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크고 작은 박물관·미술관이 군내 2개 읍 12개 면에 넓게 포진하도록 뮤지엄 간 네트워크를 구성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이와 더불어 17개 섬마다 각각의 자연 생태 환경을 살려서 특성화된 정원을 조성하는 ‘국가 섬 정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퍼플 섬’으로 화제가 된 반월·박지도나 분재공원과 미술관 전시를 연계해서 동백꽃 축제를 연 압해도의 사례는 섬 정원 사업과 뮤지엄 프로젝트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신안군 전체에 풀뿌리처럼 넓게 퍼지는 문화예술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세계적인 관광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교통 편이 미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덜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활성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활성화’는 경제적 수익만 의미하지 않으며, 지역의 가치에 대한 주민과 방문객들 사이의 상호 공감과 소통의 활성화까지도 의미한다. 문화는 관광 자원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주민들의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문화는 지역 사회를 물리적인 장소를 넘어 공동체로 묶어주는 끈이다. 즉 거기에 이미 존재하는 가치를 활성화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루어지게 된다.

1도 1뮤지엄 프로젝트와 국가 섬 정원 프로젝트를 통해 신안군의 많은 섬들이 보유하고 있는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주민과 방문객들이 더 생생하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북돋울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역 예술가들과 세계적 예술가들 사이의 교류를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는다면, 광주-목포-신안을 연결하는 보다 큰 그림의 문화예술산업 고도화의 축이 완성될 것이다. 신안군과 주민들이 구축하는 문화생태공원과 뮤지엄 네트워크가 호남 문화권역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허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은정 (목포대 교수·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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