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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더 긴 전문

오미연 미국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안보프로그램 국장


애틀랜틱카운슬은 얼마전 ‘더 긴 전문’이라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 보고서를 게재했다. 미국이 21세기에 직면한 단 하나의 가장 큰 도전은 시진핑 주석하에 점차 권위주의적으로 되어 가는 중국의 부상이므로 시 주석과 당내 측근 세력을 공략해 정권 교체를 이루는 걸 궁극적 목표로 하는 대중 전략을 짜야 한다는 점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기관장인 프레드릭 켐프 주도하에 극비리에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중국에 대해 깊은 식견과 오랜 경험을 가진 전직 고위관리가 익명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새로운 대중 전략을 제언했다는 점에서 공개된 당일부터 워싱턴 정가와 국제사회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저자가 익명으로 기고한 이유가 미·중 신냉전 구도를 조장하기 위한 비겁하고 어두운 의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댄 설리번 미 상원의원(공화·알래스카)은 원내 연설에서 자신이 읽어본 최고의 대중국 전략 보고서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공산당 내 엘리트 집단과 시 주석 사이의 분열을 심화하는 데 기반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를 계기로 전문가들은 열띤 논쟁을 시작했다. 첫째, 시진핑의 중국에 대한 논쟁이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중국 분석관인 폴 히어는 시 주석에 대한 단선적 초점 자체가 이 보고서의 근본적인 오류라고 비판한다. 미·중 갈등은 시 주석 이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전임 지도자들 시대부터 이미 마르크스 세계관에 입각한 공산주의 정권이므로 시진핑만 교체하면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중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정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말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남중국해, 신장, 홍콩 및 대만과 관련된 최근의 행보를 들며 중국이 시 주석의 독재하에 권위주의 정권을 공고히 하고 있음에는 동의하면서도 시 주석의 정권 교체가 궁극적 답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둘째, 중국의 의도와 목적에 관한 논쟁이다. 히어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은 중국이 미국의 자유주의 가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식 자본주의를 권위주의식 자본주의로 대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저자의 가정을 지적한다. 중국은 새로운 세계질서의 중심에 서려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정권들과 평화롭게 공생하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음 논쟁의 중심은 미국의 힘과 중국의 경제력의 현주소에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경제논설위원 마틴 울프는 저자가 현재의 중국과 냉전 시대 구소련의 국력차를 간과했다고 말한다. 경제성장률, 과학기술 진보, 인구수, 정부의 응집성과 유능성에서 지금의 중국은 훨씬 영향력이 크고, 국제 경제 통합 정도로 봤을 때 대부분 국가들이 중국을 버리고 미국을 택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더 긴 전문’은 저자의 선입견과 시각이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보고서가 아니며, 애틀랜틱카운슬의 입장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대중 전략에 대한 생산적인 논쟁을 이끌어낸 것이 이 보고서 출간의 가장 큰 효용성이라고 켐프 기관장은 말했으며, 나아가 미국은 물론 국제 사회에 보편적인 세 가지 과제를 같이 고민하길 권했다.

첫째, 성공적 대중 전략은 중국의 내부 정치와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둘째, 미국의 힘이 쇠락한다면 어떤 전략을 짜더라도 중국의 부상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무부 연설에서 말했듯이, 미국의 국내 경제와 제도적 허점을 개선하고 국내 정치를 안정화하는 것이 외교 정책의 우선이다. 셋째, 동맹국과의 조율 및 협력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성공적인 대중 전략을 위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필요조건이 됐다.

오미연 미국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안보프로그램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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