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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렇게 속이나… 주린이 쌈짓돈 노리는 주식리딩방

매수·매도 쫓아가기 어려워 낭패
환불 요구하니 동영상값 빼고 줘
민사소송 외 구제 방법 딱히 없어


인천에 사는 40대 가정주부 A씨는 주식투자 붐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한 주식리딩방에 270만원을 내고 1년 회원으로 가입했다. 업체가 찍어주는 주식 종목을 사고팔기만 해도 수익을 낼 수 있고, 1년 동안 원금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가입비를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직원은 장담했었다. A씨는 14일 “주식초보라 어떤 종목을 어느 타이밍에 매수·매도해야 할지 몰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고 싶었다”고 가입 동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주식리딩방에서 찍어주는 매수·매도 타이밍은 도무지 쫓아가기가 어려웠다. A씨와 같은 유료회원들이 들어와 있는 방에 업체 관계자가 갑작스레 ‘○○주식 현재가 1200원, 매수합니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올리는데, 주식을 매수하려고 프로그램을 켜는 그 순간에 가격이 이미 올라버리는 식이었다. A씨는 “리딩이 나오자마자 유료회원들이 다들 매수하려고 달려드니 가격이 순식간에 올라버린다”고 전했다. 가령 1200원에 매수하라고 찍어준 주식이 5초만 지나면 1500원으로 오르는 식인데, 불과 몇 분 후에 매도 사인이 떨어지니 일반인이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거의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5일간 손해만 본 A씨는 환불을 요구했다. 업체직원은 가입 시 1주일 내 환불하게 되면 일일 이용료만 차감한 뒤 돈을 돌려준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업체가 최종적으로 계산한 환불액은 7만원 정도였다. 가입할 때 보내준 주식강의 동영상 값 250만원을 빼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사인했던 전자계약서를 봤더니 동영상 구매에 관한 조항이 중간에 포함돼 있었다. A씨는 “구두 설명 시 동영상 구입에 대해 설명을 했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형적인 불완전판매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식리딩방이 성행하면서 A씨처럼 환불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주식리딩방 피해자들을 전문적으로 대리하는 법무법인 명재 최한겨레 변호사는 “피해자 인터넷 카페에 매일 100명씩 새로 가입할 정도로 피해사례들이 늘고 있다”며 “계약서에 동영상 관련 문구를 작은 글씨로 적는 등 관련 내용을 피해자가 인지하기 어렵게 만들어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주식리딩방 업체들은 계약과 환불 약관에 대해 명확하게 고지를 했고, 소비자들도 동의했다고 반박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영업 초기에 불완전판매 지적을 한 고객들이 있어서 계약서 내용을 명확하게 정비하고 구두 설명도 녹취해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화 녹취내용을 들어보면 약관들을 제대로 인지할 수도 없게끔 빠르고 교묘하게 설명한다는 게 피해 소비자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피해호소 사례가 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구제받기는 만만치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지만 소비자원이 업체에 환불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 금융감독원을 찾은 소비자들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경우 금감원이 개입할 수 있는 분쟁조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을 뿐이다. 경찰도 당장 수사기관이 개입하기보다는 민사소송으로 다퉈야 할 문제로 보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태림 박현식 변호사는 “가입하기 전에 내가 동의하는 약관들이 어떤 내용인지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환불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계약대금 반환 청구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환불조건 관련 통화내용이나 메시지 등을 잘 보관해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지웅 정현수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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