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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세플라스틱의 경고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주변을 둘러보면 플라스틱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포장재는 말할 것도 없고 생활용품과 가전제품, 자동차, 건축자재 등 플라스틱이 쓰이지 않은 것이 없다.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이나 인공 장기로 쓰이는 플라스틱도 개발되고 있다 하니 그 쓰임새가 더욱 많아질 태세다.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에 이어 가히 플라스틱시대라 부를 만하다.

플라스틱의 어원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다. 고무와 같은 천연 물질에서부터 인간이 만든 최초의 플라스틱으로 간주되는 나이트로셀룰로스를 거쳐 페트(PET)나 폴리염화비닐(PVC) 등으로 발전해 왔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열과 압력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고분자화합물인 플라스틱은 세상의 지배자가 됐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83억t이 생산됐고, 63억t이 폐기물로 남았다. 이 추세라면 2040년까지 플라스틱이 13억t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기적의 소재로 각광 받은 플라스틱이 이제는 불멸의 폐기물이 돼 지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빛과 바람, 바닷물에 플라스틱이 마모되거나 분해돼 생기는 미세플라스틱 때문이다. 어떤 물질이 얼마나 쪼개져 어떤 경로를 통해 환경으로 퍼지는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하수처리장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하천을 통해 바다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은 소금에도 들어 있고, 먹이사슬을 따라 해양 생물과 상위 포식자에 축적된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미세플라스틱을 매주 5g, 즉 신용카드 1장 분량을 섭취한다고 추정한다.

그럼에도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 정보는 매우 부족하다. 크기가 작아 질량에 비해 수가 매우 많고, 입자이자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물리적·화학적 영향이 모두 있을 수 있다. 크기가 작을수록 생물 독성이 강하겠지만, 형태나 재질에 따른 영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1.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은 인체 장기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독성 연구가 필요함을 지적한 바 있다.

당장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고, 다른 물질로 대체해야 한다. 생산·소비·폐기의 전 단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인식과 행동을 바꾸고, 혁신적인 정책을 도입하는 등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제로 미세플라스틱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환경산업기술원도 지난해부터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정밀 측정분석기술과 위해성 평가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담수와 해양, 식품, 대기, 토양 등의 미세플라스틱 실태를 파악하고 발생원과 발생량 규명, 바다와 대기를 통한 장거리 이동 확산 연구에도 나서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플라스틱이 던지는 경고에 응답해야 한다.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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