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김의구칼럼

[김의구 칼럼] 한·일 관계 위해 바이든이 해야 할 것들


얽히고설킨 양국 갈등 풀려면
오바마 민주당 정부의 위안부
문제 개입 참고할 필요 있어

양비론이나 기계적 중립은
양 국민에 반감만 초래할 것

깊은 역사인식 아래 가해자
아닌 피해자 편에 서고 보편적
가치 존중해 판단내려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4년 1월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예산 관련 법안에 서명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는 결의가 2007년 하원을 통과한 데 주목하고 미 국무장관에게 이 결의에서 제기된 문제를 일본 정부에 독려토록 하는 내용이었다. 오바마 2기 정권 출범 1년 만의 일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해 4월 방한해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하면서 “위안부 문제는 매우 끔찍한 인권 침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우리가 들어야 하고 그들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베 신조 총리와 일본 국민도 과거에 대해 보다 솔직하고 공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일본 측을 압박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의 잇따른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때 일본에 공개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이후에도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이 계속돼 한국민의 정서를 건드리고 세계 여론의 비난을 샀지만, 2015년 한·일 간에 불완전하나마 위안부 합의가 나왔고 이듬해에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됐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일 관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12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첫 통화를 하며 한·미동맹의 계속적인 발전과 함께 한·미·일 협력의 지속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지난 4일 문재인-바이든 대통령의 통화에서도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최근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한·일 사이 긴장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한·일 협력을 심화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중재 의지를 표시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 개선은 의지가 있다고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일본의 집요한 우경화 및 재무장 기도, 한국 법원의 잇따른 과거사 관련 배상 판결 등을 둘러싸고 꼬일 대로 꼬여있는 현재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양국 관계는 오랜 대립의 역사, 감정의 앙금, 경제적 이해관계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국이 한·일 관계 조정에 나서면서 이런 특수성들을 감안하지 않고 평면적으로 접근하거나 섣부르게 기계적 중립을 지향하는 것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한·일 관계의 근본적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섣부른 거중 조정이 오히려 양쪽 모두의 불만을 부채질해 대미 정서를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한·일 과거사 문제의 핵심은 한국이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피해자였음에도 완전체로 독립하지 않고 분단됐다는 점이다. 또 6·25전쟁이라는 한반도 참변 속에 전범국 일본이 공산주의를 저지하는 교두보로서 미국과 깊이 연결되고 그 반대급부로 경제성장을 구가한 반면 한국은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반공주의 그늘에 숨어 과거사에 철면피한 태도를 취하는 일본에 대한 한국의 반감이 크다. 이에 대한 책임에서 미국도 자유롭지 않다고 보는 게 한국의 정서다.

가치와 도덕성의 복원을 지향하는 바이든 정부가 한·미·일 3각 협력과 관련해 새 전략을 짜기로 했다면 전임 민주당 정권이자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을 지냈던 오바마 행정부 때의 중재 노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인권 문제나 역사 문제에서는 가해자보다 피해자 편에 서야 하며, 피해자의 양보와 용서를 압박하기보다 가해자의 반성에 더 무게를 두는 게 상식적이다. 일차원적 중립이 아니라 국제 규범과 인류 보편의 가치에 입각해 선량한 이웃 국가로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독일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과거사 인식에 할 말을 해야 하고,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가 국제 통상규범에 반한다면 제동을 걸어야 마땅하다. 양비론이나 산술평균적 중재는 해법이 될 수 없다. 현실적 필요나 경제력 때문에 일본의 역성을 드는 일은 더더욱 안 된다.

바이든 정부가 3각 공조의 강화에만 급급해 역사적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중재를 밀어붙인다면 경제적 실익만 중시해 한·일 관계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았던 트럼프 정부 때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시적으로 한·일 관계를 복원시킨 듯 보여도 금세 뿌리째 뒤흔들리게 되고 미래지향적이고 역동적인 한·미·일 동맹은 더 요원해질 수 있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