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3남매 사건도 무죄됐을 것”… 檢, 개정 형소법 우려

“살인 고의 인정 불가능에 가까워… 자백, 법정서 휴지 조각 될 수도”

자녀 3명 중 첫돌도 지나지 않은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른바 ‘원주 3남매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3일 강원 춘천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는 자녀 둘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황모(27)씨에 대해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1심 무죄였던 살인 혐의가 유죄로 뒤집혔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판결을 분석해 보면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 중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 조항이 내년 시행되기 때문이다. 검찰에서는 법이 시행되면 유사한 범행이 발생했을 때 살인 고의를 인정받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원주 삼남매 사건은 자녀 둘이 사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직접적 물적 증거를 찾기 어려웠던 사건이다. 2심서 중형이 선고된 데는 황씨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황씨의 범행은 2019년 말 정부의 양육환경 전수조사에서 드러났다. 둘째 딸은 생후 5개월 만인 2016년 4월, 셋째 아들은 생후 9개월인 2018년 9월 사망했다. 피해자들은 사망신고 없이 암매장돼 사체가 백골화돼 있었다. 살인 고의를 정황 증거나 피의자 진술로 입증해야 했다.

황씨는 범행을 부인하다 네 번째 검찰 조사에서 둘째 아이가 울어서 아이 머리 위까지 이불을 덮었다고 처음 진술했다. 이후 이불을 그렇게 덮으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자백 취지로 진술했다. 다섯 번째 조사에서는 셋째 아이가 울어 목젖 윗부분을 20초가량 눌렀다고 말했다.

황씨는 법정에서는 목젖을 누른 적이 없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아이가 사망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1심에서는 법정 진술에 더 무게를 싣고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검찰 신문 조서가 더 믿을 만하다는 취지로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개정 형소법이 시행되면 피고인이 법정에서 조서 내용만 부인해도 아예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유죄의 중요 증거가 통째로 날아가 버리는 셈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황씨 사례에 개정 형소법이 적용됐다면 살인 유죄 가능성은 사실상 0%”라고 말했다.

최근 법원은 성착취 사건을 일으킨 ‘박사방’ 일당에 대해 범죄단체조직 혐의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수십회에 걸친 피의자신문을 통해 조직원 및 역할 분담, 내부 규율 등을 밝혀냈다. 하지만 유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범과 공범들이 법정에서 조서를 부인할 경우 유죄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2012년 발생한 제주 올레길 살인 사건도 비슷한 케이스로 꼽힌다. 당시 피고인은 첫 번째 검찰 조사에서 강간미수 범행을 자백한 후 법정에서 줄곧 ‘허위자백’이라고 부인했다. 개정 형소법을 적용하면 일반 살인죄만 인정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신속한 초동수사와 범죄자와의 심리전을 통해 얻은 자백 진술이 법정에서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개정 형소법) 입법자들이 이런 결과를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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