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힘 빼기 급급했던 개정, 결국 사회적 약자가 피해 볼 것”

법조계 “사회적 논의 불충분” 檢 “진술영상 인정 등 보완을”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은 당초 2018년 6월 정부가 발표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이후 검찰 개혁 일환으로 통과됐지만 법조계에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15일 “수사권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대응 역량 자체가 약화된 것”이라며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검찰 조사나 법정 실무에서 생각만큼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검찰도 자백보다 직접 증거 수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사 관행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공판중심주의로의 전환은 대부분 공감한다. 광주지검은 지난 4일 조서 없는 수사로 방향을 전환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물증확보 위주의 수사 시스템을 정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건 등의 경우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면 무죄가 늘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최근 경북 구미 빌라에서 발견된 3세 여아 시신도 수개월 방치돼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해당 사건도 물증을 찾는 것과 동시에 피의자인 엄마로부터 경위나 동기 등의 진술을 받아야 한다. 만약 검찰 조사에서 살인 동기를 인정했어도 법정에서 부인할 경우 개정 형소법에 따르면 조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법 개정을 통해 검찰이 법정에서 피의자 자백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신문 기법이 발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와 라포(심리적 유대감)를 형성하고 오랜 기간 조사를 거쳐 끌어낸 진술의 가치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검찰 간부는 “사건에서 시간이 멀어질수록 진술의 양과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법원이 검찰 조서와 법정 진술을 비교할 기회조차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적어도 피의자 진술을 촬영한 영상녹화물은 증거능력을 인정해주거나, 변호인 입회 후 직접 서명 날인한 조서는 인정하는 보완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지난해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인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경찰이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을 적극 주장했던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결국 법 개정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것은 중범죄자들이 될 수도 있다”며 “검찰 개혁을 위해 수사결과물의 가치도 떨어뜨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개정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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